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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사랑스러운 사람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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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오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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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의 단편 중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소설이 있다.
1899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심수봉씨의 노래 '사랑밖엔 난 몰라'와 비슷한 스토리를 지녔다.
'올렌카'란 여주인공이 '쿠킨'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오롯이 그 남자의 삶 속에 녹아들어 차라리 그남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랑을 주며 살지만 체홉은 10개월 만에 쿠킨의 죽음으로 그 사랑을 끝내게 한다.
이어 다른 남자 '바실리'와 '스미르닌'을 만나게 하지만 올렌카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남자의 삶 속에 깊숙히 녹아들어 사랑이 그녀의 존재 이유가 된다.
하지만 '바실리'는 죽고 이어 만난 '스미르닌'은 그녀를 떠나버린다.
스미르닌은 중학생 아들 '사샤'를 둔 유부남이고 올렌카 같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요새 사람 같은 이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랑한 마지막 대상은 스미르닌의 중학생 아들 '사샤'인데 위대한 모성애로 승화시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그시절(1899)엔 우리 모두 빈곤 속에서도 그런 사랑 속에서 6남매 8남매 아이들을 낳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새 비혼에 단산이 대세인 시대가 되어 이민청이 들어서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질만큼 심각해졌다.
사랑과 자비를 전파하는 각종 종교에 대한 관념도 시들해지고 오로지 개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사조로 바뀌었다.
그래 그런지 유럽에선 교회가 술집으로 바뀌어 가고 있단다.
결혼을 해도 사람 대신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
나도 집사람도 아이들도 모두 그런 사조의 바다 속에 그냥 '물들어'가고 있다.
흥망성쇄가 벗어날수 없는 사이클이고 섭리라지만 지난 2천여년 동안 그나마 인류를 지켜준 것은 '올렌카' 같은 맹목적적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이 지금은 가슴 속 저 깊은 곳에 아련히 숨겨진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그냥 '사랑밖엔 난몰라' 노래나 듣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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