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우섬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10월 14일이다.
구름과 계곡 선배님이 주말에 모처럼 시간이 나셔서 금년도 한풀이 겸 제대로 된 견지터를 다녀오시고 싶어 장소를 물색하던 중 여주 샛강에 대물이 솟는다는 정보를 알아 내셨고 도대체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없으니 나보고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금년에는 유난히 시간을 낼 수 없어 견지에 굶주려 있던 터라 모처럼 낸 시간에 제대로 된 손맛을 보고 싶어 꼭 그곳을 찾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수소문 끝에 결국 정보를 제공해 주신 분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을 드렸더니 마침 이번 주에 거길 가니 같이 가시자고 해 따라간 곳이 여우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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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거기를 여우섬 이라고 하지 않고 콰이강 이라 불렀다.
그분은 지금까지 그곳에서 여울 시침 낚시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씩 견지를 좋아하시는 노인 분들을 모시고 와 그곳에서 던질 낚에 멍텅구리 낚시를 즐기신다.
그렇게 멍텅구리나 던질 낚으로 걸어내는 누치가 대부분 멍짜 또는 대멍짜다.
어떤 때는 70이 넘어가는 할아버지 멍짜도 나온단다.
그곳 물고기는 견지에 익숙하지 않아서 경계심이 많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면 접근을 기피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많이 잡는다 해도 hooking에서부터 마지막 landing까지의 과정 모두를 즐기고 싶어 홀로 위 여울에 들어 줄을 흘렸다.
나는 거기서 제대로 된 멍짜 한 수를 건져내고 세 마리는 기 싸움 끝에 줄이 끊기거나 바늘털이를 당했다.
놈들은 정말 야생의 모습 그대로 강한 저항을 보여주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매주 혼자서 그곳을 찾아 멍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곳을 가르쳐 주신 분께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원치 않아 그날 이후 조행기를 쓰지 않고 혼자서만 조용히 다녀왔다.
지난번 단양 정출 때에도 아침 새벽에 그곳부터 들렀다가 멍들과 인사를 나눈 후 3시경에 단양으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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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콰이강이 어느 날 여울개척의 선구자 제드의 날카로운 탐사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제드는 이 여울을 여우섬이라 칭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유롭게 조행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여우섬 여울은 아래여울에 잘해야 둘이나 셋 정도 빠듯하게 들어설 수 있다.
아래여울에 사람이 들어서면 위 여울은 물고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아래여울에 사람이 들어서지 않는 멍텅구리 낚시를 하면 위 여울까지 물고기가 올라온다.
위 여울엔 물살이 세고 강심이 깊어 두 사람이 들어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한사람 정도밖에 들어설 수 없다.
어쨋거나 여우섬은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여울이다.
던질 낚이나 멍텅구리 낚시를 하면서 한담을 즐긴다면 몰라도 물에 들어가 시침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함께 가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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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에는 그곳에서 잡은 끄리와 강준치 그리고 58센티짜리 멍짜 한 마리를 우리 회사 수안보 연수원 수족관과 식물원에 이주시켰다.
끄리는 성깔대로 점프에 점프를 거듭하며 수족관 유리벽에 수차례 대가리를 처박다가 결국 먼저 갔다고 한다.
강준치는 예쁜 자태를 뽐내며 지금까지 유영하고 있고 누치는 제왕처럼 식물원 연못을 휘어잡으며 붕어 떼를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인 28일에도 낚시를 마치며 누치를 실어갈 이주용 차를 보내라고 했더니 운전기사가 누치가 무슨 피라미 정도로 생각되었던지 겨우 양동이 한 개를 싣고 왔다.
그 안에 멍짜 한 마리를 넣으니 양동이를 한바퀴 휘돌았다.
엊그제 여우섬에서 연수원장을 만났을 때 양동이 하나에 욕심껏 멍짜 세 마리를 채우고 떠난 누치의 안부를 물으니 40여분 동안 운반하는 도중 비좁은 양동이 안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숨이 끊어졌다는 비보를 전했다.
그래서 이번(11.11)에 다시 고향 선배이신 청류선배님이 잡은 62센티짜리 대멍짜를 포함해서 몇 마리를 연수원으로 다시 올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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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에는 동물원과 식물원 그리고 수족관이 있어서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 아이들이 현장학습 하러 줄을 잇는다.
수족관에는 대부분 외국고기나 열대어가 주종을 이루는데 이 참에 우리 강에 사는 물고기를 대량 입하시킬 양으로 함께 간 청류 선배님, 우람, 사이버준, 추담님에게 의사를 물으니 반대하는 이가 없어 그날 잡은 누치 예닐곱 마리와 강준치 한 마리를 수안보 연수원 내 식물원 연못으로 송치했다.
춤추는 누치의 예쁜 자태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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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조행기를 사랑하시는 몇몇 분이 한동안 조행기가 없다고 궁금해 하셔서 답답한 마음을 털고 미주알고주알 그간의 조행을 두서없이 엮어보았습니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앞뒤 없는 전차처럼 무식하게 견지에 빠져드는 제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견지를 통해 꿈을 낚습니다.
오십 가까운 나이를 살면서 그동안 가졌던 한, 아픔, 고뇌 따위를 강물에 풀고 피라미의 떨림 속에서 어릴적 꿈을 낚고, 멍짜의 저항 속에서 중년의 희망을 낚습니다.
함께하는 우리 견지 식구들이 있어 더욱 풍성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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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회사 컴에 보관중)
사이버준이 올린 "여우섬"에 사진 몇 컷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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