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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302 미루어 왔던 노조위원장 면담

by 굼벵이(조용욱) 2024.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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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2(금)

단체교섭회의는 잘 마무리 되었다.

비록 내게 엄청난 상처를 남기며 끝났지만 크게 무리 없이 마무리 되었고 그 결과를 기초로 단체협약안 가조인을 하겠단다.

오후 약속된 시간에 KJY위원장실에 갔다.

그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었다기 보다는 그의 훈시를 들었다고 하는 편이 더욱 적합하다.

감추어진 그의 진면에 포장된 얼굴은 참으로 평화롭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그런 포카페이스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내 속은 더 역겹다.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삶이 어렵다.

그는 내게 나를 싫어하는 조합측 회사측 사람들이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회사 측에서도 주로 노조 전위대인 노무처 몇몇 사람들이 그 앞에서 나를 그렇게 씹어댄 모양이다.

결국 나는 가식적으로라도 그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한신의 과하지욕을 겪어야만 한거다.

한마디 항변 없이 일방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되었다.

변명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 봐야 역효과만 나니 그냥 겸허하게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그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하여는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했다.

내가 자기에게 직접 와서 '승호가 잘못 되었으니 회수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 알린 사람이 아니고

나는 단지 SWS과장에게 그런 사실을 들었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랬더니 이제는 중앙교육원 KSK 부장 이야기를 하며 승호관련 사건을 벌인 장본인이 K부장과 나라는 것을 이야기 했다.

나는 그게 아니고 K부장은 산자부에서 자료제출 요청을 받아 그걸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승호가 잘못된 사실을 발견했고 관련규정을 물어오는 그에게 나는 규정해석을 해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런 것들도 구시대적 발상이고 자신들이 회사분할을 막은 엄청난 일을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꾸만 수구적 보수적 사고만을 고집하지 말고 진보적 신사고를 가지라는 주문까지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가 주장하고 있다.

신사고가 회사돈 떼어먹는 일이란 말인가!

정당하게 규정 개정을 요구해 규정을 바꾼 뒤 그랬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규정에도 없고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단지 전산 착오가 생겨 과지급된 임금을 반납하지 않으려는 행태에 불과한 일을 신사고라고?

그것은 그냥 회사와 조합원을 속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깨끗하게 부당이득을 반환하고 정의롭게 살 일이다.

나 같으면 그랬다.

 

답답하지만 더이상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물러나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고 하며 자리를 떴다.

그가 주장하는 진보적 신사고와 관련한 내 생각을 담은 것이다.

내가 수구꼴통이 아니고 난 언제나 회사와 직원들을 위한 개혁의 선봉장이었고 그들은 내가 보기엔 정당하지도 않고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만 함몰돼 있는 수구꼴통 고집불통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단협도 끝나고 그동안 고생도 직사하게 했으니 소주나 한 잔 하자며 인사처장이 오셨다.

우리 과장들 모두 한사람도 예외 없이 함께 장충 족발집에 갔다.

거기서 시작한 술이 도를 넘었다.

그냥 처장님과 한잔 하고 헤어졌으면 괜찮았을 것인데 LCW부장과 HSI부장 일당을 거기서 만나 양폭에 양주 알잔 몇잔 더 마시고는 집에 와 자다가 오바이트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매사 과유불급이다.

부족한 듯 절제된 삶이 최고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