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1(일)
어제 점심엔 오승준 집에 들렀다가 운경 유국열 선배 고시원에 갔다.
오승준이 통킹대로 만든 자신의 육합대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전에 갔었던 돈까스 집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유선배는 자신이 아끼는 고추대로 만든 누드대를 하나 선물로 주었다.
내가 봐도 정성껏 잘 만들었다.
그는 얼마 전 낚시대를 만들다가 손을 베어 세 바늘이나 꿰맸다고 한다.
이 분 낚시대 욕심도 어지간히 많으신 분이다,
오후 세시 반경에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는 현암 김득수 선배를 만났다.
우작 설렁탕 집에서 도가니 수육을 놓고 소주를 나누었다.
둘이 소주 세병을 마신 후 그냥 헤어지기가 무엇해서 한 잔 더 하기로 하고 골목을 뒤지다가 오뎅바에서 히레사케 한 잔씩 더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집사람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마침 호신이가 집에 없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싫다고 했다.
나는 조금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꼭 나누어야 한다고 하고는 더 이상 이런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나온 시절의 아픔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당신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지만 나도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았더니 지금처럼 말없이 서로에게 고통을 주며 산 세월이 절반이 넘었다고 했다.
나아가서 앞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0년인데 그걸 지금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지금까지 집사람이 내게 한번이라도 제대로 섹스를 요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경신이가 군에 가자마자 한 아파트 안에서 별거 아닌 별거를 시작하면서 내게 보이지 않는 고통을 주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잘한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집사람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다.
하지만 서로가 너무 다르다.
잠자리 습관부터 사고방식까지 너무나 차이가 나서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뿐이다.
아무리 고쳐달라고 주문해도 우이독경일 뿐이다.
그냥 모든 걸 내가 참고 살아갈 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밖으로는 착하게 비추어지는 집사람에게 웬 불만이냐며 나를 나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결국 나도 울었다.
그녀가 말했다.
자신이 내 요구를 안 들어준 게 무엇이 있느냐고.
나는 집사람이 지금까지 한번도 내 요구를 들어준 게 없었다고 했다.
사실 아이들 키우면서 주장해 왔던 여러 가지 요구사항도 철저하게 무시당했고
그 결과로 아이들은 비만이 되었고
학습 방법도 수없이 스스로 학습을 요구했지만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며 직접 교수하거나 학원이나 과외만 고집하다가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 변변한 대학조차 제대로 못가는 불쌍한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말을 집사람에게 하지는 않았다.
나도 그리 잘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런 쇠고집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내 자존심도 모두 버려버렸다.
비참한 느낌이 든다.
너무나 다른 성격차이 때문에 같이 살면 살수록 서로에게 아픔만 준다.
우리는 그냥 소와 사자다.
나는 집사람이 내게 전쟁을 선포할 때마다 왜 그러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녀가 한번 전쟁을 선포하면 적어도 두 달은 그렇게 말없이 산다.
성격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함께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말을 나누다 말고 집사람은 일어나 차를 끓이러 갔다.
나도 곧바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집사람이 왜 그 시간에 일어나 차를 끓이러 갔는지 모르지만 나에겐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자다가 잠이 깬 것은 세시 반이다.
그 시간까지 호신이란 녀석은 불을 밝혀놓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녀석은 요즘 제 형이 나가던 돈데이에 알바를 나간다.
대학 진학에 대한 욕망보다는 그냥 제 힘으로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앞선 모양이다.
아침에도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
네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실히 따져보고 행동하라고 했다.
그녀석 하는 대로 놓아둘 수밖에 달리 대안이 없다.
그래도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새벽 세시 반까지 게임에 몰입 중인 녀석에게 강하게 한마디 했다.
“난 네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녀석이 컴을 끄고 제 방으로 기어들어간다.
물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하지만 도대체 잠이 오지 않는다.
그 사이 집사람은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 같다.
그것도 지나치게 마시는 것 같다.
뺑뺑거리며 코푸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에 앉아 신문을 본다.
집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싶어서 경신이 방에 가 불을 켜 보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집사람의 콧잔등이와 눈언저리에 붉은 기가 돌고 있다.
술을 어지간히 마신 모양이다.
다시 방에 가 앉아있다 보니 집사람이 계속 낑낑거리며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 아예 거실로 나와 컴 앞에 앉았다.
지금은 새벽 여섯시 삼십육분이다.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르게 사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미치겠다.
난 정말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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