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605 박완웅 처장님의 술 이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9.
728x90

20090605()

박완웅 처장님,

이분은 방송인 박원웅씨 친동생이시다.

박원웅씨는 전에 '박원웅과 함께'라는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셨던 분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박완웅처장님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있다.

그분은 평상시엔 있는 듯 없는 듯 늘 조용하게 사신다.

성품이 워낙 착하고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분이 일단 술이 들어가면 달라지신다.

그분은 술을 마실 때 사용하는 영어 발음으로 술 취한 정도가 나타난다고 한다.

술이 취해 가면서 기분이 up되기 시작하면 목소리 톤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같은 'problem' 단어를 달리 발음하신다.

평상시에는 미국인 뺨치는 유창한 발음으로 

노 프라브름!’

하고 끝을 내려 굴리며 미국식으로 발음하다가

일단 술이 어느 정도 되시면

노 프라블렘?

하면서 단어의 끝 '렘'을 심하게 올리며 딱딱한 조선말로 변한다고 한다.

 

누구나가 술이 취하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태들이 있다.

김남수는 술이 꼭지점에 오르면 언제나 격한 어조로 상대방을 공격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푹 떨구고 침을 흘리며 잠을 자는 습성이 있다.

다행히 공격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행동도 이상 없고 정신도 말짱한 게 아무 일 없었다고 하는데 다음날 내가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도덕적 행동습관이 강하게 몸에 배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행동은 바른생활인을 유지하려 하기 떄문인 듯하다.

그러다보니 나는 심하게 취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 자리에서 앉은 채 조용히 잠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제 혼자 독신자 숙소에 있는 처장님 저녁식사가 걱정되어 저녁약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김응태와 약속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같이 가자신다.

응태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가기로 했다.

예의 그 세꼬시 집 어부1가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옛 인사처 식구들이 함께 모인 자리여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주는 N-1로 목표를 정했는데 N+2로 끝났으니 목표에서 3병이나 초과했다.

처장님 입에서 얼핏 승진인사와 관련해 사장에게 보고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사장님이 엄하게 함구를 지시한 모양이다.

경력을 연말 기준으로 해야 내가 자격이 부여되는데 내가 자격이 부여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처장님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장님은 날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거라 믿는다.

일단 자격부여 여부를 권태호부장에게 물어봐 달라는 주문을 했다.

처장님을 보내드리고 김응태랑 길가에서 맥주를 한 캔씩 했다.

김응태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는 내가 제도를 개선한 덕에 일단 승진에 돈이 안 들어 좋다고 했다.

제도가 개선되기 전이었던 지난해에는 절박한 심정으로 승진운동 한다고 돈을 많이 쓴 모양이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마음이 초조해 돈을 썼을 것이다.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수차 이야기 했는 데에도 내 말을 듣지 않았던 거다.

 

집에 들어오는 현관 문 앞에 호신이가 가져다놓은 고슴도치가 있어 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집사람이 자신은 고슴도치만도 못하다고 푸념한다.

집에 오면 매일 고습도치 얼굴은 보러가면서 자신의 얼굴은 봐주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말 속에 뼈가 들어있다.

집사람에게도 잘 해 주어야겠다.

집사람이 해주는 모든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고마워하고 배려하는 마음부터 가져야겠다.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이 책을 썼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제 저녁엔 여의도에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그 내용은 우리가 직접 겪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전기산업에 관한 실상을 모르는 외부인들에게 그 실상을 제대로 알린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제 두어 시간 만에 그 책을 끝까지 훑어 읽었다.

김위원장에게 가서 책에 사인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책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