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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603 술자리 거절 못하는 나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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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퇴근 무렵에 민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 한 잔 하잔다.

기호도 시간이 나 보고 싶어 한단다.

이도미 참치집에서 만나 소주를 마셨다.

둘이서 세병을 비웠는데 기호가 도착해 다시 한 병 더 추가했다.

무척 많이 마신 술이다.

민호는 지난 정권에 충성했다는 이유로 자리를 내주고 1년간 교육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OO원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우로 갈려 심하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나름 죄질을 가려 A급은 고위간부라 하더라도 지방 사업소 팀원으로 발령을 내 사표를 종용하고 B급은 1년 짜리 교육요원으로 발령을 낸단다.

행정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대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행정부가 정치의 시녀가 되어버린 것이다.

민호는 다행히 후자의 케이스에 해당되었단다.

많이 취했는데 기호가 한잔 더 하잔다.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민호가 가세해 강권하는 바람에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차에 올랐다.

다음부터 그런 술자리는 어떻게든 피해야 할 것 같다.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집에 올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 데 무척 힘들었다.

덕분에 온종일 병 든 병아리처럼 앉아서 꼬박꼬박 졸았다.

저녁 무렵엔 권춘택 부장이 전화를 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내게 족발에 소주나 한 잔 하잔다.

그것 또한 거절을 못해 장충족발집에 가서 또 소주를 마셨다.

내장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해도 너무한다고 했을 거다.

소주한 잔 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권부장이 자꾸만 한잔 더 하잔다.

도저히 뿌리칠 수 없어 생맥주 500CC 한 잔 더 하고 들어오니 11시가 다 되었다.

나도 참 한심한 사람이다.

오늘도 술이 취해 들어온 내게 집사람이 자꾸만 자동차 시동이 꺼진다고 하소연한다.

자동차에 대해 모르긴 자기나 나나 매한가지인데 그러는 것으로 보아 내게 무언가 조치를 취해 달라는 소리 같다.

운전 중 시동이 꺼지면 위험해 빨리 카센터에 가봐야 한다.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내 가슴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