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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9

20090604 신임 총무팀장의 편집증

by 굼벵이(조용욱)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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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어제는 회의시간에 짜증이 많이 났다.

특별한 이슈 없이 아침회의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자신이 발의한 주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개입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다.

이런 경우 대부분 회의시간만 길어지게 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전문분야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참견하고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나도 모르는 새 가끔은 나도 그랬던 것 아닌가 싶어 이를 제지하거나 비난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자동차에서 문을 닫는 형태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어떤 생각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이 먼저 내린 후 다른 사람이 내리기도 전에 모르고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엊그제 점심에 처장님과 팀장들이 권태호 부장 차를 타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었다.

음식점 앞에 차가 서자마자 내 옆에 앉았던 조택동 부장은 먼저 내리자마자 문을 세게 닫아버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내 다리가 문짝에 끼어 심한 부상을 당할 뻔했다.

그자리에서 그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주며 지적했더니 그는 말로는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건성으로 대충 미안하다는 말만 전했을 뿐 본심은 전혀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어지는 반복행동에서 알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회사로 들어와 차에서 내리는데 그는 또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아마도 그럴것 같아 내가 미리 경계를 했기에 내가 놀라거나 다른 불상사가 생기진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고 마음 안에도 오로지 자기 자신 밖에 없는 듯하다.

그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언제나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고 배려심 없이 행동하는 듯했다.

어제 아침에 있었던 회의에서도 정년퇴직 예정자의 보직변경에 관한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내가 제기한 주제에 관하여 그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면서 내 생각과 다른 내용을 지나치게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그는 인사처 소속이지만 인사와 관련 없는 총무팀장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간 인사에 대한 경험도 없었을 뿐더러 인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특별히 공부한 흔적도 없다.

그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경험한 세상을 빗대어 선을 넘는 주장을 했다.

물론 인사처장이 곧 정년을 맞이하게 될 나이여서 그를 위해 그런 주장을 강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연장된 정년까지 계속 보직을 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나도 그게 정년연장의 참 의미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관리적 측면에서 보면 승진정체 등의 이유로  그것이 곤란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인사관리팀장 권태호는 비록 정년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58세 정년자의 보직변경 시기인 57세에 보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을까.

그런데 승진 등 복잡한 인사관리 속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조택동 부장은 내 제안설명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내 말을 가로막은 채 목청을 높이면서 60세 정년 순간까지 보직을 부여하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과거에 자기 아버지도 그랬는데 왜 못하냐며 억지를 부렸다.

나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좋은 말로

내가 나중에 설명해 줄께

라고 하면서 논쟁을 마무리 지었다.

회의가 끝나고 그에게 보충설명을 하려 했더니 이 친구가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또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하였다.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의 설명은 牛耳讀經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말없이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그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이 강하다.

아니 이미 심각한 편집증 환자 수준에 들어섰다.

그런 삶은 자칫 그가 엄청난 추진력을 가진 사람처럼 보여질지 모르나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회사를 어렵게 하고 주변의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개인사업은 몰라도 조직생활엔 부적합하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절대 설득하려 해선 안 된다.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닫고 듣는 척만 해야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가당착에 빠져 스스로 잘못된 생각을 접게 하는 방법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정 그를 설득하고 싶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도 중중 환자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안 된다.

過猶不及은 가장 중요한 자연법칙 중 하나다.

過猶는 반드시 재앙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집사람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사실은 들어가는 도중에 현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한 잔 하자고 했더니 마침 감기가 걸려 몸이 안 좋다고 해 다음으로 미루었다.

자주 하는 것은 어렵지만 가끔 안부라도 전하며 시간이 나는 대로 간단하게 소주라도 나누는 것이 나를 각별히 생각해 주는 선배에 대한 도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