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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0

20100919 끝나지 않는 불통의 부부 갈등

by 굼벵이(조용욱)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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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집사람과 또 냉전이 시작되었다.

어제 테니스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경신이 생일에 대하여 무슨 말인지 혼잣말 비슷하게 중얼거린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집사람은 싱크대 앞에서 말을 하니 거실의 끝과 끝에서 서로 등을 돌린 채 말을 하는 거다.

혼자 중얼중얼하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얼핏 들어보니 경신이가 명절이어서 제대로 생일을 못 얻어먹을 것 같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음력으로 하면 오늘이 생일이란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 내가 열심히 글쓰기에 빠져있는 중에 오늘은 훌랄라 치킨집에서 저녁이나 먹는 게 어떠냐고 묻기에 그러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두 세 시간 즈음 지나 경신이가 들어왔다. 

경신이는 헬스를 간다며 6시 즈음 나갔다가 7시 반은 족히 넘어 돌아온 거다.

치킨 집에 가기로 해 놓고 집사람이 아무런 말이 없다.

집사람 혼자 싱크대 앞에 매달린 작은 TV를 보면서 깔깔거린다.

할머니들이 낱말 맞추기 게임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지 혼자 깔깔대며 보고 있다.

알량한 내 생각으로는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끝나면 가려나보다 싶어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달그락거리며 갑자기 저녁을 차린다.

찬밥을 데우고 도토리묵을 묻히고 있는 집사람에게 물었다.

“아까 치킨집 간다더니 안가나?”

집사람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당신은 늘 그래.

수 십 년을 살아도 변함이 없어!”

내가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앉아봐!

난 당신을 배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이 혼자 깔갈대며 TV보고 있길래 그거 다 보고 나가려나 싶어 기다린 거라구

하지만 집사람은 아예 내 말을 들으려는 생각이 없다.

그냥 자기 생각으로만 꽉 채워져 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자기 멋대로 행동해 놓고 모든 책임을 내게 전가하고 있는 거다.

 

화를 풀어줄 겸 하루가 지난 오늘 저녁 무렵에 내가 다시 제안했다.

어제 통닭 먹으려던 거 오늘 가면 어떨까?

했더니 집사람은 이미 늦었으니 일 없다며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는다.

어제 먹으나 오늘 먹으나 마찬가진데 오늘 가면 어떠냐고 했더니

어제는 음력으로 경신이 생일이어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 먹자고 한거여서 이미 날짜도 지났으니 필요 없단다.

하지만 나한테는 어제 경신이 음력 생일 기념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즉 경신이 생일 기념으로 통닭을 먹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경신이 생일 이야기는 통닭 먹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한참 전에 한 이야기였다.

따라서 나는 도저히 그 두가지 사실관계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또 앙칼지게 나를 비난한다.

듣자니 부아가 치밀어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 강하게 다시 이야기 했.

난 당신을 배려하기 위해서 기다린 거라구.

당신이 깔깔거리며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거란 말이야.

당신은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고집이 너무 세.

다른 사람 말은 들으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아.

오로지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데 난 왜 그런지 도저히 모르겠어.”

했더니

그래요, 다 내 잘못이에요.”

하며 또 찔끔거린다.

누가 당신 잘못이래?

지금껏 보면 당신은 항상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는 습성이 있어

하고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직면해 주었다.

 

부부지간에 아들 생일이니 나가서 통닭이라도 먹자는 이야기 하나 제대로 소통이 안될 정도니 우린 정말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자신의 성 안에만 웅크리고 앉아 있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알아서 읽고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집사람의 행태를 견뎌내기가 너무 힘든 거다.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하기도 하다.

결정장애가 있어 보인다.

무언가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흔들림 없이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꾸만 뒤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않으면 허구한 날 눈물을 보이며 심약하기 이를 데 없다.

경신이란 녀석이 제 어멈을 꼭 닮았다.

군대까지 다녀왔는데도 아직도 틱장애를 보이는 듯하다.

밥을 먹으면서 계속 머리를 흔든다.

그런 행태가 다른 형태로 전이될까 보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아무 말 않고 꾹꾹 참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직면해 주어야겠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으면 나까지 무너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