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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322 규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까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

by 굼벵이(조용욱) 2025. 2. 13.

3.22()

아침 회의 때면 늘 내가 하는 일로 화제다.

인사처장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내게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노조와의 합의가 전제된 사안에 대해 그냥 무조건 밀고 나가서 결론을 내라는 식이다. 

노조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거나 자신에게 이롭지 않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결코 합의를 해 주지 않는다는 걸 (beneficial/advantageous) 모르는 처사다.

아랫사람의 이런 애환을 모른 채 당신 입장만 고집하려 드는데 아직 노사관계의 생리를 모르기 때문일 거다.

그렇다고 당신이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노사관계는 일반 인간관계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나약해 보이는데 아랫사람에겐 과감하게(daringly) 행동할 것을 주문한다. 

과감하다기 보다는 무모하다는(reckless)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이런 주문을 접할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든다.

아직 인사처 업무나 노사관계의 생리를 잘 몰라서 거럴 거다.

무릇 관리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아랫사람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비록 아랫사람의 능력이 더 출중해서 관리자보다 낫더라도 강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오늘 아침 회의도 정년퇴직 예정 선배들 관리와 관련된 주제는 쓸데 없는 잡담과 터무니없는 주문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절대 강요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잘못 강요하다가는 오히려 역풍에 휘말려 봉변을 당할 수 있다.

어쨌거나 그냥 내가 현장에 자주 나가보기로 했다. 

다른 팀장들도 내 일과 관련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에는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목소리 톤을 높힌다.

그러면서 자기들도 해결할 수 없는 안을 방법이라고 제시해 내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왕왕 있다.

김승환 처장에게는 다음 주에 전화나 한 번 더 해 볼 참이다.

 

아침에 신문과 메일을 읽다보면 오전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책도 조금 읽었다. 

시간을 내 잠시 책을 읽는 사이 TDC 부장이 다녀갔다. 

자신의 승진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왔을 거란 추측이다.

김병옥 차장이 눈치 빠르게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라는 귀뜸을 해 주었다. 

OO팀장으로 있으면 비교군 없이 혼자 평가를 받아 업적평가를 내부평가 결과로 대체하기에 A등급 밖에 받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에 승진하기 위해 업적과 역량 모두를 SS로 받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인사처로 다시 들어오던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왜 권력을 등에 업었다고 그렇게 규정과 원칙까지 무시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만 보여도 고과와 상관없이 심사자들이 다 알아서 평가해 주는데 잔머리를 굴려가며(try any of his petty trick) 억지로 승진을 도모하려 한다.

 

오늘은 정재천 부장이 저녁을 사 주었다. 

사대부의 찬에서 키조개(clam)와 소고기를 함께 구은 요리를 먹었는데 과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리 저리 나를 배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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