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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수와 함께한 토요일(굼벵이 조행인사)

by 굼벵이(조용욱) 2006.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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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4일간의 추석연휴를 꿈속에서는 늘 견지와 함께 했습니다.

연휴 첫날 평택 본가에 갔을 때 혹여 가볼만한 견지터가 있을까 싶어 평택호로 유입되는 진위천을 더듬어보았지만 도저히 물 흐름이 없어 들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물 흐름이 없는 곳에서도 바다낚시용 찌를 달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해서 고추찌를 달고 흘림을 시도해 보았지만 피라미와 불루길만 가끔가다 올라올 뿐 견지의 맛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인사도 없이 저녁 늦도록 어디를 다녀왔느냐며 노심초사 늙은 노모의 꾸지람만 얻어들었습니다.

결국 토요일(10.7일) 임진강을 갈까 홍천강을 갈까 망설이다 체면 불구하고 고인돌 선배님께 전화를 드리게 되었지요. 춘천에 계시다는 말과 함께 내일은 아침 일찍 홍천강을 다녀올 심산이라는 말에 고수님 곁에 있으면 배우는 게 많다는 선지자의 뜻에 따라 홍천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치유가 불가능한 길치여서 광미낚시 들렀다가 또 길을 놓쳐 헤매던 중 산책 나온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양평 행 6번 국도를 찾아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7시 반 가까이 되어서야 왕박골 잠수교에 도착했고 고인돌 선배님과 만나 스침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던데 고수님 눈엔 안 그런지 더 이상 큰 고기가 없을 거라며 자리이동을 권고하셔 함께 노일리로 갔습니다.

그사이 벌써 견지꾼들이 요소요소에 입수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북노일리 끝자락 넓은 여울에 한분만 호젓하게 견지를 하고 계셔 체면 불구하고 양해를 구한 뒤 비집고 들어가 함께 줄을 흘렸습니다.

갈수록 들어설 자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저 같은 굼벵이까지 견지를 즐기는 것을 보면 견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물 흐름이 너무 없었습니다. 고인돌 선배님은 힘없는 물살에 실망이 너무 커 보였습니다. 그래도 가끔 돌돌이가 올라와 초짜인 저는 즐거운 견지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큰 놈이든 작은 놈이든 자주만 출현해 준다면 제겐 더 이상 바랄게 없었으니까요. 결국 견지계의 거성답게 선배님은 그 와중에도 멍짜를 한수 걸어내시더군요.

피라미 몇 마리 함께 넣어서 끓여먹는 라면 맛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은데 오늘은 존경하는 고인돌 선배님이 함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거기에 낮술로 이슬이 한 병이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그걸 하고 싶어서 밤잠도 설치면서 누치, 피라미와 함께하는 꿈을 꿉니다.

돌아오는 길이 귀성객으로 막혀 중간에 10여분 잠을 자고 왔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려 9시 반경에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굼벵이표 피라미 라면탕입니다. 마자 얼굴도 잠깐 보이지요? 침 넘어가지 않으세요?

 

고인돌 선배님이 시식을 합니다. 폼은 재래식 화잘실 폼이어서 좀 그렇습니다만 배고픔이 더해져 맛은 곱절 있었을 겁니다.

우리에게 자리를 공유하게 해 주신 고마우신 분입니다. 그분도 거의 어부수준이었습니다. 물살의 흐름이 보이지요?

고인돌 선배님이 면피하는 순간입니다. 결국 명짜를 거두어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멍짜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쩔까 싶어 다시 한번 박았습니다. 고놈 기특하기도 하지, 그 욕을 먹으면서도 내 낚시에 안 걸리고 체면 세워준다고 고인돌 선배님 낚시에 두터운 입술을 들이대었습니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조용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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