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묵을 빻으며
지난 일요일엔 하루 한나절 내내 깻묵을 빻았다.
지난 해 5월에 견지낚시를 처음 배운 이후 주말이면 줄곧 낚시를 다녔는데 깻묵에 따라서 조과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어 멀리 청주에서 택배로 깻묵덩이를 5개나 구해다가 놓았었다. 그걸 빻는다고 아파트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송곳으로 깻묵 덩이를 조각조각 뜯어내는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망치로 송곳을 박아 힘들게 쪼개내었는데 나중에 보니 깻묵에도 결이 있었다. 그 결을 따라 송곳을 들이대니 깻묵은 쉽게 무너졌다. 그 결을 무시하고 송곳을 들이 대면 망치를 동반하지 않고는 도저히 떼어낼 수가 없다. 그렇게 할 경우 힘이 훨씬 더 많이 들고 작업 속도도 느려진다.
깻묵의 결을 따라 열심히 부수기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인생의 아주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인생에도 이와 같은 결이 있다는 교훈이다. 삶의 순간순간에 이와 같은 결이 있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결을 따라 살아가면 정말 쉽게 잘 풀린다.
인생이 꼬이고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결을 따라 사는지 결을 거슬러 사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그만의 결을 가지고 있다. 인간관계를 좋게 하려면 재빨리 그 사람의 결을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을 따라 그 사람을 대할 때 최고의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하나인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하나는 의식 선상에 나타난 자기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의 가운데에 있는 Self다. 우리는 의식을 통해 무의식 속의 Self 와 연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Self 는 그 자체로서 온전한 자기다.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이 Self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다.
지혜를 만들어 내는 Self 는 지적 양식을 먹고 산다. 멋진 몸매를 만드는 Self는 지속적인 육체운동을 먹고 산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힘을 빼는 일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가면 내면에 있는 Self 와 가까워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결을 따라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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