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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경신아 3

by 굼벵이(조용욱) 2008.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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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아!

오늘은 무척 쌀쌀하구나.

어제 저녁 퇴근길에 칼바람이 불어 등골이 오싹 했었다.

얼른 컴퓨터를 켜고 속초지역 날씨를 보니 거기도 최저기온이 영하 8, 9도로 나타나 있더라.

콜록거리느라 다른 동료 전우들 단잠을 깨우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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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님과 대대장님이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다.

국방의 의무도 성실히 수행해 나가지만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함양해서 명실 공히 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로 만들어 놓겠다는 욕심이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느꼈다.

넌 착하고 순종적이어서 중대장님이나 대대장님 말씀 잘 듣고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강한 친구 멋진 진짜 사나이가 되어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채찍질을 해야 한다. 아빠도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도 이 나이에 대학과정을 다시 공부하고 있는 거란다.

아빠가 이번학기에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6과목을 수강했는데 한과목만 A이고 나머지 모두가 A+를 받아 평점 4.42로 장학금을 받게 된거야.

공부는 하고자 하는 의지(생각, 마음)와 실천(행동)만 있다면 나이나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가능한 것 같다.

물론 회사일 하면서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만 회사 일에도 도움이 되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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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님이 보내주신 설문지에 네가 잘하는 것을 써달라고 해서 피아노치기를 썼다.

그리고 네가 떠난 후에 아무도 쳐보지 않은 채 덩그라니 거실 한 켠에 먼지만 쌓여가는 피아노를 쳐다보니 네 생각이 많이 나더구나.

‘낯선 곳에서 적응이 어려움’에도 동그라미를 쳤더니 엄마가 아니라고 우기더라.

그래서 다시 엑스표를 쳤어.

어때? 적응 잘 되니?

난 제일 걱정이 똥 싸고, 샤워하고 내복 갈아 입는 거야.

엄마가 네 습관을 잘못 들여놓아서 하루 서 너 번씩 샤워하고 내복 갈아입었잖아.

군대에선 절대 그렇게 못하지.

오늘은 이만 써야겠다.

이 편지가 힘든 너의 훈련병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힘내라, 내 아들!


2008.1.24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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