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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호신이의 귀고리

by 굼벵이(조용욱) 200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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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을 먹는데 호신이 녀석을 보니 귀에 아직도 귀고리가 걸려 있었다.

나는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 귀고리 당장 빼” 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녀석은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귀를 뚫든 머리를 기르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하면서 대든다.

나도 갑자기 적절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네가 이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산다면 모를까 내 집에서 함께 사는 동안에는 귀고리를 할 수 없다. 세상천지를 다녀봐라. 올바르고 반듯하게 자란 사내 녀석이 귀고리 하고 다니는 녀석 있니? 당장 빼! 내 집에선 그거 못 봐준다.”

녀석은 포기하고 귀고리를 풀어놓더니 밥 한 사발을 한꺼번에 입이 터져라 처넣더니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총총 사라졌다.

설거지 통에 밥그릇 내던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가 막히다.

어제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 뻔뻔스럽게 오늘 식탁 앞에 귀고리를 하고 내 앞에 나타나다니!

녀석은 고등학생 시절에 귀고리를 했다가 나한테 된통 혼나고 그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놓았다가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며 지금 와서 한바탕 붙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했던 다른 훌륭한 말씀을 그렇게 기억했다가 그 말씀대로 살아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그런 말들은 그렇게 잘 기억하고 행동하려드는지 모르겠다.

‘그래, 네놈이 내가 예뻐할 만큼 충실하게 고등학교 생활이라도 제대로 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거나 특별히 공부를 잘해서 남들이 우습게보지 않는다면야 네가 귀고리를 하던 홀라당 벗고 다니든 아무런 상관 안 한다 인마!’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