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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사랑하는 아들아

호신아, 제발...

by 굼벵이(조용욱) 200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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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일기 내용중 일부 발췌)

 

오늘 아침 밥을 먹으면서 첫 숟갈을 입에 넣자마자 아이에게 조용히 훈계를 했다.

“지금까지 너를 쭈욱 보아왔는데 너는 아직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안 된 것 같다.

적어도 성인이 되려면 자유나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데 너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네가 지금 차고 있는 귀고리는 내 집에 있을 때만은 절대 차서는 안 된다.

네가 독자적으로 살아갈 땐 네가 무슨 짓을 하던 내가 상관하지 않겠지만 나랑 사는 동안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은 용납되어질 수 없다.

나는 귀고리를 하고 다니는 남자 녀석들은 게이이거나 덜 떨어진 양아치 새끼로 본다.

리고 너는 고등학교 때도 봉사활동 점수가 빵점이었는데 대학생활 중에도 봉사활동 점수를 F학점 맞았다.

네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 하든 결과가 이미 너의 생각과 행동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너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가족생활도 사회생활인데 너 같은 타입은 앞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네가 그렇게 된 원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이 컴퓨터 게임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도 매일 게임으로 소일하고 있다.

더 이상 너를 망치게 할 수 없어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너는 네 인생의 목적도 없고 가치 있게 살아보려는 의도나 시도도 없이 즉흥적인 감정으로만 살아간다.

미성숙한 너를 나는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다.

그래서 너는 밤 12시 이전까지는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

만일 12시가 넘어가면 바로 문을 걸어 잠글 것이다.”

라고 했더니 녀석이 특유의 분노에 찬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어 내 머리칼이 곤두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어조로

“할 말 있으면 이야기해라.

아빠 이야기가 부당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말해라”

라고 했더니 눈을 내리 깔고는 아무 소리 없이 밥을 먹는다.

추석 전날 시골에 안 내려가겠다고 바락바락 대들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