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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화씨지벽[和氏之璧]

by 굼벵이(조용욱) 201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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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화씨편(和氏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화씨(和氏)라는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초산(楚山)에서 귀한 옥돌을 발견하여 여왕(厲王)에게 상납했다.

여왕이 옥을 다듬는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더니 그는 이를 그냥 보통 돌이라고 했다.

여왕은 화씨가 자기를 속이려 했다고 오해하여 왼쪽 발뒤꿈치를 자르는 월형에 처했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돌을 다시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이 옥을 전문가에게 감정시켜보니 그 역시 보통 돌이라고 했다.

그러자 무왕 역시 화씨가 자기를 속이려 했다고 생각하고는 오른쪽 발을 자르게 하였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초산 아래에서 그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을 울었다.

나중에는 눈물이 말라 피눈물을 흘렸다.

문왕이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를 불러들여 그 까닭을 물으니

화씨가

“나는 발을 잘려서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그냥 돌이라 하고, 정직한 선비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벌을 준 것이 슬픈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문왕이 그 옥돌을 다듬게 하니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이 명옥을 그의 이름을 따서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고 이름하게 되었다.

*******************

내 두 다리 모두를 잘라낼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주군에게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500년 전에도 그랬는데 요즘은 얼마나 더 어렵겠습니까?

정약용 선배님처럼 고된 귀양살이 속에서도 님 향한 일편단심으로

수많은 업적을 남기신 우리 선배님들께 화씨지벽을 드립니다. 

강가에 널린 돌멩이 같은 내 인생 안에서 명옥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갈고 또 닦아야 할 것 같습니다.

꽃은 화들짝 피어있는데 벌 나비는 난봉질에 바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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