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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경기 기획실

화분에 물주기

by 굼벵이(조용욱) 201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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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은 사흘 연휴를 보냈습니다.

오늘 징검다리 월요일에 휴가를 내면 5일 동안 황금 같은 연휴의 짜릿한 행복을 맛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있어 이런 연휴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 행사에 사용했던 화초 몇 가지를 전략팀 개개인에게 분양하면서 잘 키워보라며

나중에 심사해서 상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기획실에 여직원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기분 짱이 된 박창률 팀장님은 사재를 털어서까지

그림이다 화분이다 장만하여 분위기 쇄신에 열을 올렸습니다.

돈 아낀다고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에 사용됐던 중고품을 헐값에 장만하고

화분 째로 사면 비싸니 못 쓰는 화분에 직접 화초를 심어 사무실을 그린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저도 요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사흘을 쉬고 온 오늘 아침에 사무실을 돌며 지난번 개인 분양한 화초들을 점검하였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자라고 있는 화초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화분이 부실한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보다 더 정성을 기울이면 좀 더 오래 꽃을 피우고 생명을 이어갑니다.

모두에게 제방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제방엔 아직 꽃 아홉 송이가 피어있는 화분이 남아있습니다.(이순신버전)

그래서 전략팀 식구들에게 오늘부터 물도 먹지 말고 밥도 먹지 말라고 했어요.ㅋㅋ

말 못한다고 제 때 물 안주면 식물은 모두 고사하고 맙니다.

사람이라고 다를까요?

사랑을 배우려면 식물부터 키워봐야 합니다.

내가 물 안줘서 말라가는 식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아픈 마음도 다 사랑입니다.(아프니까 사랑이다)

사랑은 이렇게 모든 생명의 원천인거죠.

그래서 제가 인사말을 “사랑합니다”로 정한 거예요.

그러니 오글거리더라도 큰소리로 “사랑합니다!”를 외치세요.

 

中庸은 천명을 내려 천국을 내게 끌어오는 방법을 설명해 줍니다.

천국 즉 하늘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상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이어가며 진화하고 생존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살라’는 천명을 내렸습니다.

‘사람’이란 말도 바로 이 ‘살라’는 천명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사람’이니 ‘외경’하라고 합니다.

두려워할 정도로 세상 만물을 사랑하고 존경하라는 것입니다.

‘정성스러움’이야말로 ‘하늘의 道’라고하면서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며 살라고 합니다.

지극히 성실하면 비록 사람이라 하더라도 천지의 교화와 육성을 도와

하늘처럼 생육에 참여한다는 겁니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떠들고 놀며 어울리는 것만 사랑이나 소통이 아니고

나 자신은 물론 남이나 우주 자연에 대한 외경, 정성스런 보살핌,

즉 사랑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는 것입니다.

생명의 에너지인 사랑은 사실 남자보다 여자가 본능적으로 강합니다.

여직원들이 많아짐으로서 거는 저의 기대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전략을 중요시합니다.

전략,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략은 주로 단기적 성과에 편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전략보단 문화가 더욱 중요한 거죠.

문화는 삶의 본질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커다란 문화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거죠.

우리가 주고받는 인사말도 문화의 하나입니다.

인사말로 사랑을 전하면서 자발적으로 자연스레 생육에 참여하는 거죠.

전략에 따라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나의 일과 주변의 동료를 사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리 기획실 업무는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사랑이 더욱 절실합니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거침없이 사랑에 몰입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기획실의 조직문화, 무조건 사랑입니다.

화초를 가꾸듯 상대방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쏟읍시다.

일과 사람 모두에게.

 

한 달 후 화분상태 다시 한 번 점검하겠습니다.

물은 화초가 원하는 대로 주어야 합니다.

내 맘대로 주면 썩어 죽습니다.

 

가정의 달을 시작하면서

 

기획실 독방거사

조용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