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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경기 기획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by 굼벵이(조용욱) 201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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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사에 아주 훌륭한 사우가 있습니다.

한은진 차장님이라고 매사 열정적으로 업무에 몰입하는 분입니다.

그분은 혼자서 광주 투데이라는 계간지를 만듭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여기저기 원고를 수집하여 신문을 만들어 냅니다.

내게도 원고 청탁이 들어왔어요.

열성적으로 노력하는 한차장의 고운 마음이 내 마음을 움직여

어느 화사한 봄날 일요일 하루 짬을 내어  글을 썼습니다.

그게 이번호에 실렸습니다.

광주투데이를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그 전문을 여기 올립니다.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이 드니 봄 가는 게 무척이나 아깝다.

세상사 한 치 앞을 모르니 내년 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오롯이 현재를 미치도록 즐기라(Carpe diem)는 현인들의 말씀 때문에

더더욱 봄날 가는 게 아깝다.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가냘픈 연초록의 몸짓도 그렇지만

터질 듯 몽글몽글 꽃잎을 움켜쥐고 가지마다 앙증맞게 매달린 꽃망울을 보노라면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낀다.

사실 그 꽃망울 안에 온 우주가 들어있고 하늘이 내린 천명이 숨어있다.

죽음 같은 혹한의 겨울을 견디며 이어온 삶에의 의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살랑살랑 사랑 싣고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봉오리 터지면

아름다운 자태로 꽃 춤추며 벌 나비를 부르고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곤

파르르 꽃잎을 떨군다.

그러면서 꽃들은 질긴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공자님 왈 50이면 知天命 이라더니 내 나이 50 중반을 넘어서니 세상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볼 영화나 읽을 책을 고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의 주된 관심사도

대체로 그런 쪽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덕분에 나의 천명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고 사방 천지에서

강한 생명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봄이라 더더욱 온 몸으로 그걸 느낀다.

中庸은 천명을 내려 천국을 내게 끌어오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천국 즉 하늘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상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이어가며

진화하고 생존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살라’는 천명을 내렸다,

‘사람’이란 말도 바로 이 ‘살라’는 천명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사람’이니 ‘외경’하라고 한다.

두려워할 정도로 세상 만물을 사랑하고 존경하라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本性’을 따르고 이를 갈고 닦으라고 한다.

‘性’자는 마음 ‘心’자와 날 ‘生’자의 합성어다.

즉 ‘살려는 마음’이 바로 본성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중용은 ‘정성스러움(誠)’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정성스러움’이야말로 ‘하늘의 道’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인간은 반드시 정성스럽게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즉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道’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극히 성실하면 비록 사람이라 하더라도 천지의 교화와 육성을 도와

하늘처럼 생육에 참여한다는 거다.

인간이 세상만물에 하늘의 뜻을 전달하고 생육에 동참하여

생성과 소멸을 이어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지창조의 생육은 오로지 하늘 즉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그걸 사람이 ‘정성스럽게 살아감’으로써 해 낼 수 있다고 본거다.

그래서 중용은 결국 인간을 곧 하늘이자 신이라고 본다.

지극정성으로 세상 만물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마음은 하늘이 내린 하늘마음

즉 한마음이다.

이런 봄에는 그런 마음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다.

대지를 뚫고 나오는 연초록 새싹이나 온 몸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절규하는

꽃들의 향연 또한 삶을 향한, 생존을 위한 지극정성이다.

이런 새싹이나 꽃들의 마음이 곧 하늘마음이다.

그래서 하늘마음 즉 한마음은 사람과 사람은 물론

자연이나 우주와 연결되어 서로 통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정한 정의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떠들고 놀며 어울리는 것만 소통이 아니고

나 자신은 물론 남이나 우주 자연에 대한 외경, 정성스런 보살핌,

사랑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하늘이 준 본래의 마음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마음(페르조나 : 가면)으로만 살아간다.

노자나 장자가 늘 무위자연을 주장했던 이유가 바로 이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니이체나 사르트르로 대변되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페르조나는 인간이 자연을 떠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서

그 중심에 늘 이기적 유전자가 도사리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우월욕망을 만들고 우월욕망은 나르시시스트들을 양산한다.

이는 부작용이 매우 심한데 일테면 전쟁, 고통, 불안, 불행, 우울, 고독 따위가 그 예이다.

요즘 매스콤에 떠도는 너저분한 정치, 사회 이야기들의 뿌리도 대부분 우월욕망 즉

이기적 유전자에 기인한다.

하늘이 내려준 하늘마음은 어데 가고 인간이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허상인

이기적 유전자만 고집하면서 인간의 불행은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

그 이전에도 그랬겠지만 기록 확인이 가능한 2500년 전과 비교해 보아도

지금이 그 때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늘 페르조나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소수의 현자들은 늘 學而時習을 통해

인간이 마음 안에 지녀야 할 본성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걸 전해주려 애썼지만

불쌍한 인간들은 이를 외면한 채 바보처럼 시지프스의 신화만 쓰고 있다.

이런 좋은 봄날 화들짝 피어나는 꽃잎이나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연초록 이파리를 바라보면서 잠시라도 하늘이 준 본래 마음, 천성을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그 천성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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