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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나. 행동주의

by 굼벵이(조용욱)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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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행동주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이나 이드 등에 기초한 학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이나 이드는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관찰하여 밝혀낸 것이지(Introspection)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행동이나 현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과학성에 의문을 제기한 몇몇 학자들이 심리학의 대상을 의식에 두지 않고 사람 및 동물의 객관적 행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왓슨, 스키너, 파블로프 류의 학습 이론가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심리학이 과학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려면 자연과학처럼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하고 측정할 수 있는 행동만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신적 현상이나 의식은 주관적 현상이므로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 철학의 대상이라고 본다.

  행동주의의 창시자 왓슨은 “만약 나에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아이들을 내 나름대로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면, 나는 그 중의 어떤 아이라도 그의 재능, 성향, 기호 등에 관계없이 내가 의도한 어떤 유형의 전문가, 예컨대, 의사, 법관, 변호사 심지어는 거지나 도둑으로까지 키워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결국 인간의 정신세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와 같이 조건형성을 통해 인간을 학습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알버트라는 영아에게 공포감을 학습하는 실험을 통하여 학습을 통해 인간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이론을 입증했다.

  행동주의 입장에서는 성격의 개념을 정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기에 아예 정의하지도 않았다. 단지 다른 습관과 마찬가지로 ‘행동 패턴의 집합체’로 보고 있다. 성격을 환경으로부터 경험적으로 학습된 개인 행동패턴의 집합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동주의적 관점은 ‘학습이론’으로 정착되었다. 학습이론에 의하면 우리네 인생은 끊임없는 학습의 연속과정이라고 본다. 따라서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자극이 새로운 행동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낡은 반응은 자연히 소멸된다고 생각한다.

  행동주의의의 출발점인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통해 고전적 학습이론을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그가 개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은 중립자극을 조건자극으로 만드는 학습이다. 개와 종소리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개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이를 중립자극이라 한다. 그러나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곧바로 음식을 주면 개는 침을 흘리는 반응을 한다. 종소리와는 상관없이 음식물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여 침을 흘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개에게 있어서 음식물은 무조건 자극이다. 개가 음식을 보고 침을 흘리는 것은 무조건 자극에 대한 무조건 반응이다. 그런데 종소리 후 음식물 주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 개는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린다. 반복행위를 통해서 종소리 다음에는 음식이 나온 다는 것을 학습한 것이다. 종소리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중립자극이었던 것이 침을 분비하는 조건이 되는 조건자극으로 변화된 것이다. 따라서 침을 흘리는 반응도 조건반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전적 학습이론을 바탕으로 스키너는 쥐 실험을 통해 조작적 조건형성에 의한 학습이론을 제기하였다. 파블로프가 중립자극을 무조건 반응과 연계시켜 학습을 도모했다면 스키너는 중립자극을 ‘강화’와 ‘처벌’이라는 조작적 반응과 연계시켜 학습을 도모한 것이다. 그는 쥐가 특정행동을 유발하는 레버를 당겼을 때 음식이라는 강화제를 부여하는 것을 반복시킴으로써 원하는 행동을 학습시켰다. 강화란 미래에 특정 행동이 일어날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원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쥐에게 전기충격을 가한다거나 하는 것과 같이 벌을 내려 특정 행위유형이 감소하도록 하는 것을 처벌이라고 한다.

  강화는 수반성(contingency)이 있어서 작은 강화물을 계속해서 여러 번 주는 것이 큰 강화물 몇 개를 주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더 큰 효과를 갖는다. 또 근접성이 있어서 강화물을 투여하는 간격 시간차가 빠를수록 학습이 빨리 일어난다. 강화물이 작은 것보다 큰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처벌보다는 강화를 이용하는 것이 학습에 더욱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처벌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 처벌한 사람과 바람직하지 못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며 의도하지 않은 반응이 일어나는 수가 있다.
   - 처벌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성이 생겨 보다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 처벌을 하게 된 원인 행위를 보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처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 가능한 즉시 벌을 주어라.
   - 엄하게 벌을 주어라.
   - 처벌의 일관성을 유지하라.
   - 벌을 줄 때 이외의 상황에서는 따스하고 수용적으로 대하라
   - 따스한 사람의 처벌이 더 효과적이다.
   - 가능한 대안이 있을 때 처벌하라. 그리고 대안행동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라.
   - 처벌의 이유를 설명하라.
   - 인격을 모독하지 말고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에 대해서만 처벌하라
   -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고려하라.

  이와 같은 행동주의 심리학은 리더십 이론과 매우 많은 관련성이 있다. 리더십 이론의 초기 이론가들은 강화와 처벌이라는 학습이론을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과 연계시켰다. 한 손에는 당근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들어 바람직한 행동이나 성과를 창출하도록 독려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경영원칙은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오늘날의 성과급 체계도 이와 같은 원칙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인사상의 각종 상벌제도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인본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Y이론이 제기되었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동물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간의 본질 속에는 자기실현 경향성이라는 커다란 에너지가 존재하므로 그걸 자극시켜 주면 인간은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행동주의는 심리학의 과학화를 선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더러 인간의 성격발달이나 교정을 위한 학습이론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오늘날의 리더십 이론도 근본적으로는 학습이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할 것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이론체계라기 보다는 오히려 성격의 발달과 변화를 위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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