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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가. 정신역동주의

by 굼벵이(조용욱)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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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역동주의는 프로이트에 의하여 제기된 이론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이론을 창시한 사람으로 심리학의 학문적 기반을 수립하는데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의 무의식적 동기와 내면적인 힘, 그리고 그 힘들 간의 갈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정신역동 이론이라고 부른다.

  그는 사람의 성격은 이드(Id), 초자아, 자아로 구성되어있다는 성격 구조론(Structural theory of personality)을 주장하였다.

  이드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적인 욕구를 말한다. 성적 욕구라든가, 먹고 싶은 욕망, 다른 사람을 때려주고 싶은 욕구, 기대고 싶은 욕구 따위인데 이러한 욕구들은 쾌락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만족을 추구하려는 경향성을 갖는다. 이러한 경향성이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정신적인 힘(이하 역동 = 추동 = Drive 따위로 혼용하여 씀)의 원천이 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내면에 기본적인 두 가지 역동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리비도(Libido)라고 부르는 성적 역동이고 다른 하나는 타나토스(Thanatos)라고 불리는 공격적 또는 파괴적 역동이다. 그는 모든 인간의 정신적 행위는 언제나 이 두 가지 역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초자아(Super ego)는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의 자아이상이나 도덕을 말한다.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가정, 학교, 사회로부터 학습한 규칙이나 도덕, 양심 따위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초자아는 융이 말하는 페르조나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드가 쾌락을 지향한다면 초자아는 완벽을 지향한다. 이드가 현실을 추구한다면 초자아는 미래나 이상을 추구한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예에서 보면 지금 당장 한 개의 마시멜로를 받아먹는 것 보다는 1시간 후에 두개를 받아먹는 것을 선택하는 아이들은 초자아가 건전하게 발달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미래 이익이라는 초자아를 성취하기 위해서 현재의 욕구를 인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초자아 또한 하나의 강한 정신적 에너지(Drive)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자아이상에 따라 멋지고 아름답게 살려고 하는 행동의 동기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초자아가 건전하게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반대로 포악한 부모 밑에서 잘못된 초자아를 형성한 사람들은 포악하고 가학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 초자아가 약하면 이드의 지배를 받게 되어 파렴치한이나 범죄가 들끓게 되고 지나치게 강하면 행동이 위축되고 활기를 잃게 된다.

  자아(Ego)란 곧 ‘나’로 자신의 경향성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드의 욕구를 초자아의 기준에 비추어 판단하고 집행하는 기관이다. 자아는 현실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즉 현실감을 가지고 이드의 욕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고시 준비생이 당장 공부를 때려치우고 기업에 취업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있지만(이드) 유능한 행정 관료로 성장하겠다는 일념(초자아)으로 지금 현재 인고의 나날을 보내는 것도 자아(Ego)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자아는 당초 이드의 일부로 성장 과정에서 변형되어 태어났다고 한다. 자아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스스로 형성되며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 갈등을 겪으면서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 건강한 성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드, 자아, 초자아가 균형 있게 발달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선행하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을 제기하였다. 어른의 모든 행동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린 시절의 경험이 사람의 성격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장 시기별로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젖먹이 시절을 구강기(Oral stage)라고 하는데 이 때는 젖을 빨면서 주로 입을 통해 쾌락을 추구한다. 이 시기에 충족시켜야 할 욕구가 좌절되면 이 시기를 지나서도 구강기 욕구에 집착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의존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요구가 많으며, 받을 줄만 알고 줄 줄을 모른다던가, 애주, 애연, 미식, 과식, 과욕 하는 따위의 경향성이 이와 관련된다고 본다.

  젖먹이 시절을 지나면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가 오는데 이를 항문기(Anal stage)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배변훈련 과정에서 부모의 훈련 방법이나 태도가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만일 지나치게 엄격하고 성급하게 훈련을 시키면 강박적 성격이 되며 따라서 분노와 공포가 생겨난다. 이와 같은 훈련의 과정에서 아이가 복종의 길을 선택하면 청결, 질서, 정도, 복종, 정확성 등의 성격이 형성되는 반면 반항의 길을 선택하면 불결, 고집, 신뢰성 결여 등의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 어쨌거나 항문기 경험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자기조절, 독립심, 자율성, 자존심, 수치심, 혐오감 등이 생겨난다고 한다.

  항문기가 지나 대략 4~6세가 되면 쾌락의 원천이 성기로 옮겨지고 남 여 간 성적인 차이나 성기의 크기, 남근의 존재유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데 이를 남근기(Phallic Phase)라고 한다. 이와 같은 성적 관심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기 간의 삼각관계(Oedipal Triangle)를 형성하여 남성은 아버지에게 여성은 어머니에게 콤플렉스를 느낀다.(남성은 Oedipus Complex, 여성은 Electra Complex)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동성의 연적인 부모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부모를 닮으려는 모델링(Modelling) 학습의 형태로 나타난다. 모델링 학습 과정 중에 아이는 부모의 가치, 규범, 도덕 등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초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본능적 욕구를 포기하거나 억제할 때 주변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학습하게 된다.

  남근기가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이때는 특별한 신체적 발달보다는 또래집단을 통해서 자기상의 확립과 동성 간의 동일화가 강해진다. 사회에서는 사회적, 문화적 지식과 가치를 교육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청소년기가 시작된다. 이때는 성 호르몬이 증가하고 신체가 급성장하며 성적 발달이 진행되면서 성 충동이 강해지고 공격성을 띄게 된다. 부모 이외의 이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며 입맞춤, 포옹 등의 성적 행위를 통해 성적 욕구와 충동들을 비교적 사회화된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시기는 독립의 갈등이 시작되고 자아주체성이 완성되는 시기다. 성적 충동을 완화하기 위해 지식화, 이상화, 금욕주의, 종교로의 귀의 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략 20세 이상이 되면 청소년기를 벗어나는데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성숙한 한 성인이 된다. 이 시기에도 이전에 가졌던 갈등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좀 더 원숙한 인간으로 완성되어 간다.

  노년에 접어들어서는 사회적 지위 상실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불안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잘 정리하고 통합하지 못하게 되면 심한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그는 사실상 남근기 이전까지의 경험이 성격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초등학교 이후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정신세계라는 한 지붕 아래 이드와 자아, 초자아라는 세 가족이 살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 문제가 없겠으나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항상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드는 항상 초자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자아는 이 둘 간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여러 가지 심리적 방어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옆집에 사는 미녀를 바라보며 이드가 강한 성적 욕망을 느끼지만 초자아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합리적인 가정생활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예를 들어보자.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자아는 여러 가지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성적 욕망을 그냥 무의식 속에 억지로 눌러서 감추어 버리는 것을 ‘억압’(repression)이라고 한다. 억압이 많을수록 편견이나 선입견이 많아진다.

  때로는 ‘부인’(denial)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고통을 주는 사실이나 갈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는 것이다. 부인은 가장 원초적인 방어기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스런 사실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면 초기에 주로 이를 사용한다.

  만일 전례에서 나의 불경스런 욕구가 상대방 미녀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마음에 죄책감이 생겨 원상복구 해 보려는 생각으로 성당에 가서 속죄의 고해성사를 했다면 이는 ‘취소’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만일 미녀를 유혹해 보려는 생각 대신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으로 그녀에게 퉁명하고 불친절한 행동을 했다면 이는 ‘반동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자신의 그런 감정이 자기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라고 떠넘겨 버렸다면 이는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쓴 것이다.

  미녀를 사랑하지 못하는 대신 그 감정을 주어도 덜 위험한 자신의 강아지에게 그 사랑을 돌렸다면 이는 ‘전치’에 해당한다.

  그 미인에게는 필시 다른 정신적인 혹은 신체적인 결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럴듯하게 그녀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면 이는 ‘합리화’라는 방어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현재보다 유치한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하는 구애행각을 벌였다면 ‘퇴행’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만일 미녀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닮아가는 행태를 보였다면 이는 ‘동일시’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다.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가 심한 모욕을 당해 그녀를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이를 골프나 테니스 따위를 통해 괴로운 충동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형태로 돌린다면 이는 ‘승화’를 사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정신역동주의에서는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 단계별로 여러 가지 경험과 학습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초자아가 형성된다고 본다. 이것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본능적 욕망(Id)과 충돌하여 자아가 다양한 형태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생각의 덩어리들(콤플렉스)을 만들게 된다. 이 콤플렉스들이 결국 개인의 다양한 정신세계를 만든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프로이드의 정신역동주의에서도 출생 이후 이루어지는 후천적인 학습의 과정이 사람의 성격발달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근기에 해당하는 대략 6세 이전까지의 경험과 학습이 가장 중요한 인격요인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프로이드의 이론에 의한다면 리더가 조직구성원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성인이 되어 성격이 굳어진 상태로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드의 세계는 후천적 학습을 통해 변화시키기가 곤란하지만 초자아의 세계는 학습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 초자아를 구성하는 자아이상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들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서 변경이 가능하다. 단지 강도 높은 연습이 뒤따를 뿐이다.
  현대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생활을 한다. 아마도 직장생활이 자신의 일상생활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은 혈연관계로 맺어져 별 이해관계가 없다. 그래서 성인기 이후에는 부모님 말씀을 그저 잔소리로만 여겨 학습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계약에 의한 이해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처음 만난다. 조직의 리더는 대부분 이해관계를 동기유발 요인으로 연계시킨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구성원에게 성인기 이후 부모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리더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 당장 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자아이상에 대한 각인이 시작된다. 비록 이해관계라는 매개체가 작용하지만 자유의사에 따라 직장생활을 하는 만큼 부모에 의한 일방적인 학습효과 보다 훨씬 강한 학습효과가 직장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누구와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링컨이 ‘40세가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40대 얼굴 책임론을 주장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랜 기간동안 함께하는 생활이 비단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모습의 변화까지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은 학습의 장이다. 어찌 보면 직장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서 가장 중요한 인생의 장이라 볼 수 있다. 조직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리더는 자신의 자아이상을 좀 더 건강하게 가꿀 필요가 있다. 아울러 조직구성원들이 조직생활 속에서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을 통해 건강한 자신의 자아상을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한다.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것에 앞서서 조직구성원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