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현실이 감각에 비친 가상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에게 참된 것은 이데아의 세계요 현실은 그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데모크리토스 같은 유물론자 역시 현실을 가상으로 간주했다
현실은 그저 감각에 비친 이미지의 향연이요 이 허깨비의 진정한 실체는 원자의 배열이라고 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것은 그 무언가의 바깥에 서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무엇의 바깥인가
물론 자연의 바깥이다
인간은 자연의 밖에서 자연과 마주섬으로써 비로소 제작 능력이나 언어능력 같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특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연의 바깥으로 나온 인간은 이제 자연을 낯선 힘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서 싸우며 살아야 한다
성서는 이 힘겨운 과정을 신의 형벌로 묘사한다
노동의 수고를 묘사한 이 창세기 설화는 주어진 세계에서 만들어진 세계로 이행하는 과정에 따르는 고통의 신학적 반영이다
신에 의해 주어진 세계를 거부하고 스스로 대안적 세계를 만들어 사는 것 자체가 인간의 실존이라는 의미다
디자인이란 이미 있는 것의 모상을 뜨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의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에게 사람 동물 식물 기계 산과 바다로 보이는 모든 것은 우리의 감각에 나타난 가상일 뿐 그 실체는 미립자의 조합이다
니체에게 '진리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다'
그에게 진리가 사라진 세계의 허무를 견디게 해 주는 것은 가상을 향한 의지뿐이다
모든 예술 행위는 우리가 무심코 넘겨 버리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환기시키는 것이며 작가란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것을 보게 하는 일종의 우체부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부르는 것의 어원은 만들어진 것이라는 라틴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우리가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이 실은 이미 이미지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얘기다
가상은 실재가 있을 때만 허구다
실재가 사라진 곳에서 그 허구는 실재보다 강렬한 초실재가 된다
모든 것이 변경 가능하고 아무것도 지속적이지 않다
사진적 사실이란 결국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니체의 말을 다시 불러낸다 '진리 보다 중요한 것이 예술이다'
역사는 무엇인가
그것은 환상의 재료, 허구의 배경이자 농담의 소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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