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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by 굼벵이(조용욱) 2019.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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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남자는 am 라디오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무리 채널을 돌리고 고정 해도 여자라는 이름의 전파를 잡을 수 없다
젊음은 결국 단파 라디오와 같은 것임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연애의 90%는 이해가 아닌 오해란 사실을 그 무렵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죽음이 닥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는다
​무정보다 더 비참한 게 뭔지 아니
동정이야
동정 하는 거라고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땐 단 한줄도 쓸 수 없는 게 인간이거든요
​너의 세계는 고작 너라는 인간의 경험일 뿐이야
​그 어떤 인간도 실은 나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거
이러쿵 저러쿵 말들은 해도 실은 누구도 자기 자신만을 생각할 뿐이란 거
​돌이켜 보면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버스에 무료로 올라 탄 승객이었다
어떻게 보면
​왜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자신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만큼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왜 인간은 지금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망각하는 것일까 알수 없다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번 타 봐야겠지 하고
긴긴 줄을 늘어 서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투병 중이며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이라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것에만 의존 할수밖에 없는거야
보잘 것 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사랑은 상상력이야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 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 해 가는거야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 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 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인간은 결국 자신이 나비인지 나방인지를 알수 없는 애벌레와 같은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