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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jm 바스콘셀로스)

by 굼벵이(조용욱) 2019.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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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생님의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전 선생님이 우시라고 그렇게 한 게 아니에요

이제는 꽃을 훔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할게요"

"그게 아니다 제재 이리와 봐라"

그러고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넌 정말 고운 마음씨를 가졌으니까. 나하고 약속 하나 하자 제제"

​"약속 할게요 하지만 선생님을 속이고 싶지는 않아요

전 마음씨가 곱지 않아요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제가 어떤지 모르셔서 그러세요"

"상관없어 내겐 네가 아주 고운 애란다

앞으론 네가 꽃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얻어 오는 거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약속 하겠니?"

"약속해요 선생님

하지만 병은요

늘 비어 있어야 하나요?"

"병은 결코 비어 있지 않을 거야

난 이 병을 볼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게 이 꽃을 가져다 준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나의 학생이라고

그럼 됐지"

이제 선생님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내 손을 놓으며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가 봐라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야"

 

그가 차문을 열고 내게 말했다

"내려라"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그를 따라 차 뒤로 갔다

그러자 그는 차 뒤에 달린 스페어 타이어를 가리켰다

 

"자 꽉 잡아 조심해야 돼"

나는 기쁨에 넘쳐 박쥐처럼 착 매 달렸다

그는 차에 올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5분쯤 지나서 그는 차를 세우고 나를 보러 왔다

"마음에 들어?"

"꿈 같았어요"

"그럼 됐다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고요히 땅거미가 졌다

​멀리 가시 불에서는 매미들의 노래가 깊어 가는 여름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엉엉 울었다

"걱정마세요

죽여 버릴 거니까요"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네 아빠를 죽이겠다고?"

 

"예 죽일 거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존 폭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상상력 한번 대단하다 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근데 넌 나도 죽이겠다고 했잖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그 다음엔 반대로 죽였어요

내 마음에 당신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그렇게 죽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뽀르뚜가

당신은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에요"

 

진정으로 삶을 노래하는 시는 꽃이 아니라 물 위에 떨어져 바다로 떠내려 가는 수많은 이파리들과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