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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책은 도끼다 (박웅현)

by 굼벵이(조용욱) 2019.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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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읽어야할 책으로 강추한다.

그는 카프카가 지적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책을 도끼라고 정의했다.

장작을 패듯 지혜를 캐는 도끼라고.

하지만 책은 나 혼자만이 상상으로 그려내는 영화이다.

상상의 단초는 대개 메타포다.

메타포를 스모킹 건으로 온갖 종류의 영화를 그려내며 울고 웃는다.

그래서 나는 흉칙한 도끼라는 표현보다 책은 영화다라고 표현했으면 싶다.


그가 포착한 메타포와 해석을 들여다 보자

 

삶은 실수할 적마다 하나씩 패를 빼앗기는 놀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다 부속기관이다.

 

피카소는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지만 다시 어린이가 되는데 사십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산수유꽃

빛은 꽃 그림자 속에서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 피어난다.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말기암 환자처럼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쩍 소리를 내며 무겁게 떨어진다.

 

이것은 대책이 없는 생의 충동이다.

이 충동은 위태롭고 무질서하다.

 

아, 한 젊음을 늙히기에 저리도 힘듦이여(손중섭)

 

봄 서리는 초봄의 땅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다.

 

초봄에 본 상록수는 연두의 바닷속에 섬처럼 들어앉은 숲처럼 우뚝하다.

 

자작나무 숲은 잘 웃는 여자와도 같이 바람에 늘 흔들린다.

 

 

 

 

두보가

 

꽃잎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니 슬픔 어이 견디리.

 

자두의 생김새는 오든 과일 중 으뜸으로 에로틱하다.

 

니코스 가자차키스도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그에게 두려웠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알랭드 보통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 보충한다.

자신의 상상으로 무지를 채우는 거다.

내가 알던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이가 삐뚤 해도 사랑하면서 그것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하다가 사랑이 식으면 그것 때문에 미워진다.

삐뚤어진 이를 사랑이 욕망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행동거지는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아 촐랑거리는 개와 비슷했다.

 

이 캠베수프가 내 식탁에 있으면 생활이고 액자 속에 있으면 예술이다.

 

만약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여행이나 영화 등 뭘 더 사고 싶어 하는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한다는 거다.

그 사람이 사랑 권력게임의 루저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키치)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부유한 사람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옛날엔 시인을 견자 라고 했다죠.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겁니다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사는 거죠.

촉수가 민감해야합니다

 

고은

 

함박눈이 내립니다.

모두 무죄입니다.

(다 순백으로 덮어버리니까요)

 

목적을 향해서 뭔가를 할 때는 다른 것은 안보여요.

 

봄바람에

이골짝

저골짝

난리났네

제정신 못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바람둥이가 왜 바람둥이냐 하면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자두를 보고도 경탄할 줄 아는 자(앙드레지드)가 시인이에요.

 

장편소설 읽듯 스토리를 이해하며 죽 읽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 끊어서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파편적으로 살아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안하기로 결심한 도도한 동물이 바로 고양이죠.

 

지구를 함부로 다룬 우리가 이 봄을 훔쳐간 장본인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토마스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연민의 대상인 테레사의 위치로 자기 자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영원회귀 - 영원할 수 없는 한번뿐인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냐는 거죠.

 

연민으로 사랑을 시작해 한없이 작아진 남자.

밀란 쿤데라는 이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연민, 즉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최상의 감정이라는 겁니다.

전체가 아니라 부분을 좋아하는 태도가 바로 키치라는 걸 보여주죠.

행복은 영원회귀에서 온다는 거죠.

우리들은 직선의 세계를 사는데 동물들은 원의 세계를 살고 있다는 겁니다.

개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간다는 것을 말하죠.

영원회귀, 반복되는 단조로움과 권태가 있어야 다음을 기대하며 행복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죠.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안나 까레리나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 조차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바람기는 다른 생에 대한 동경이에요.

더 나은 인생이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얼굴 가운데서 노닐기도 하고 반짝이는 두 눈과 살포시 짓는 미소로 일그러진 붉은 입술 사이를 발딱팔딱 뛰어 돌아다니기도 하는 짓눌린 생기를 알아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인생의 봄날에 만난 한사람은 그냥 한사람이 아니다.

세상 모두를 담고 있는 한사람이다.

 

숨기고 싶지만 드러나고 마는 감정이 사랑이에요.

 

갑자기 안보이던 단점이 보이면 불행이 시작된 겁니다.

 

(은유는 소설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인생도 그렇다.)

 

불안과 기만과 비애와 사악으로 가득 찬 책을 그녀에게 읽게 해 주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확 타올라 지금까지 어둠에 싸여 있던 일체의 것을 그녀에게 비추어 보이고는 파지직 소리를 내고 어두워지다가 이윽고 영원히 꺼져 버렸다

 

내경험

(초등학교 시절 소나기가 쏟아 붓던 어느 하교길

급하게 오리나무 밑으로 비를 피 하면서 들었던 빗방울 소리.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활엽수 넓은 이파리에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딱 딱,

후둑 후둑, 후두둑)

 

​모든 사람이 그 사람한테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죠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습니다.

 

​산수를 표구해서 허공에 걸어 두었다

 

​말짱 한 영혼은 가짜다

(내 해석: 의식이 만들어 낸 허구이기 때문이다)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

별무리의 합창도

들녘 세상 끝까지 퍼져 나가는 황금빛 햇살

봄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해까지 들어간 것은 기적이다

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알갱이에 다가서 보자

 

​우리나라 그림의 빈자리는

위대한 음악의 중간에 삽입된 침묵을 몇초 넣는 것과 같다

베토벤의 운명처럼

 

​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는 단순해 진다

그리고 분명해 진다

 

​나는 내가 아닌 겁니다

세상 만물이 물결 중 하나일 뿐이죠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절단된 부분을 만들고 그것을 사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위적인 태도다

 

​금강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성을 말합니다

번뇌를 닦기 위해 지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먼지 묻은 장난감을 닦는 거죠.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