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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by 굼벵이(조용욱) 201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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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의 상징이다.  
흰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온 세상 만물을 무죄로 만들 때  
더 하얀 달빛 아래 늑대가  
'우워웅~~~~'  
외로운 함성을 토해낸다.  
여자 친구 때문일까? 
배가 고파서 일까? 
새끼 때문일까? 
보스를 바꾸고 싶어서일까? 
집단 지도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까? 
그건 모두 사람들 생각이다.  
전두엽에서 생각해 낸 자기만의 스토리일 뿐이다. 
그냥 자기 혼자의 생각만으로 그쳐도 그나마 낫다.  
왜 네생각은 내생각과 다르냐고 나쁜놈이라며 동네방네 욕하고 때리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이 본질도 아니도 귀퉁이 먼지만한 조각을 본질이라고 우기는데서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다.  
한 발짝만 떨어져서 바라봐도 시야가 다르고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이념이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철학이 어떻고 하는 모든 것들은 다 개소리다.  
나는 지금 오로지 과부인 여관주인 아줌마를 꼬여 하룻밤 질펀하게 온 몸으로 포개는거다.  
늑대처럼 하고 싶으면 하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어제 한 일은 기억할 필요도 없으며 내일 할 일도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그냥 주어진 지금을 좇을 뿐이다.  
당장 녹로 돌리는데 거치적거리면 내 손가락을 손도끼로 내리쳐 잘라버린다.  
아픔 따윈 생각할 필요도 없다.  
'두목 사람들좀 그대로 놔둬요. 그 사람들 눈뜨게 해주려고 하지 말아요!' 
'만의 하나 그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지금의 암흑보다 더 나은 세계를 보여줄 수 있으면 모르겠소' 
조르바가 필자를 향해 던진 말이다.  
'당신이 그들에게 보여줄께 기껏해야 더 많은 어둠 밖에 더있겠소?' 
3000년 전에도 어둠이었고 지금도 칠흑같은 어둠이 들어 차 있을 뿐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조르바의 입을 통해 부르짓는 외마디 함성은 오로지 
자유다! 
킬리만자로 하이에나 같은 자유다. 

조르바 그가 외치는  자유의 함성을 들어보자     

​산다는게 감옥 살이지. 암 그것도 종신형이고 말고 빌어먹을.

 

하지만 자네는 이렇게 설교 하지 않았는가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라고

      

그토록 강렬하게 인생을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책 나부랭이와 잉크로 더럽혀진 종이에다 자신을 그리도 오랫동안 처박아 둘수 있단 말인가

 

​이제껏 너는 그림자만 보고서도 만족하고 있었지 자 이제 내 너를 실체 앞으로 데려갈 테다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건가요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됩니까 당신 역시 저울 한벌 가지고 다니는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 버리는 거요

 

​물레방앗간 집 마누라 궁둥짝 인간의 이성이란 그거지 뭐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르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마음이 내 키면 칠거요 또 노래도 할거요 제임 베키코, 하사피코, 펜토잘리도 추고.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놓겠는데고 마음이 내 켜야 해요 분명히 해 둡시다 나한테 강요하면 그때는 끝장이오

 

​참 그게 녹로 돌리는데 자꾸 거치적거리더라는 말입니다 이게 끼어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놓지뭡니까 그래서 어느날 손도끼를 들어...

 

하지만 이게 자꾸 거치적거리며 신경을 돋우었어요 그래서 잘라 버렸지요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려 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크레타의 시골풍경은 훌륭한 산문을 닮아 보였다 세심하게 흐름이 잡히고 과장이 없고 군더더기 수식을 피한 힘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글 최소한의 것으로 필요한 모든것을 표현해 낸다 여기엔 경박한데도 작위적인 구석도 없다 말해야 할것을 위엄 있게 말한다 그러나 엄격한 그 글이 행간에서는 의외의 감성과 부드러움이 비친다

 

​누가 사랑한다 갖고 싶다고 해 주지 않으면 여자는 울어버립니다

 

​두목 화내지 마시오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럼 온통 그것밖에 없어요 두목 그렇게 되면 모든게 뒤죽박죽이고 골치 아픈 문제가 무더기로 나한테 닥쳐요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그 놈이 유일하게 내가 아는 놈이고 유일하게 내 수중에 있는 놈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별이 빛났고 바다는 한숨을 쉬며 조개를 핥았고 반딧불은 아랫배에다 로맨틱한 꼬마 등불을 켜고 있었다 밤의 머리카락은 이슬로 축축했다

 

​이 바닷가에서 이루어야 할 두 가지 과업이 새겨져 있었다.

 

붓다에서 벗어나고, 나의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을 언어로써 털어내 버리고, 헛된 번뇌에서 내 마음을 해방시킬 것. 지금 이 순간부터 인간과 직접적이고도 확실한접촉을가질 것.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아직 그렇게 늦은 건 아닐 거야」

      

그래서 이 이교도 잡년은 큰일 났구나 하고 허파가 터져라고 냅다 소리를 질렀겠다 성모님! 아 그랬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애가 자궁에서 쑥 빠져나오는데 뱀장어가 뻘속을 빠져나오는 형국이라

      

두목, 사람들 좀 그대로 놔둬요. 그 사람들 눈뜨게 해주려고 하지 말아요! 그래, 눈을 띄워 놓았다고 칩시다 월 보겠어요? 자기들 비참한 처지밖에 더 봐요? 두목, 눈 감은 놈은 감은 대로 놔둬요! 꿈꾸게 내버려 두란 말이에요!」 그는 말하다 말고 머리를 긁었다. 생각이 안 풀리는 모양 이었다.

 

「만의 하나, 그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지금의 암혹 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다면 또 모르겠소••••

 

보여 줄 수 있어요?」 

 

당신이 그들에게 보여줄게 기껏해야 더 많은 어둠 밖에 더 있어요?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온몸으로 땅을 쓰다듬는 뱀은 대지의 모든 비밀을 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하늘의 별은 수를 불려 나갔다. 별들은 인간에게 무심하고, 잔혹하고, 냉소적이며 무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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