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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광장(최인훈)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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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사람은 꿈에 속아서 사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 치고 이상 주의적인 사회 개량의 정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젊은이들은 방황하며 이상향을 찾아 떠나지만 그들이 안주할 수 있는 '광장'을 찾지 못하고 결국 푸른 바다(죽음)를 자신의 광장으로 택한다.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기에.

'북한이란 제가 낸 신명이 아니라 무쇠 같은 멍에가 다스리는 곳, 사랑과 용서가 아니라 미움과 앙갚음만 있는 곳, 러시아 정교의 성경 대신 마르크스를 택한 곳. 하나님이 다시 온다는 말이 2천년 동안 미루어 온 것처럼 공산낙원의 재현은 아직도 진행형인 곳.'

​'남한이란 키에르케고르 선생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

북한식 미친 믿음이 무섭지만 숫제 어떤 믿음조차 없는 곳. 그래서 좋은데가 있다면 타락할 수 있는 자유와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

이 두 곳을 모두 힘겹게 경험한 이명준에게

'이동무가 수상이라면 어떡하시겠어요?'란 질문을 던지자,

"나? 나라면 이런 내각명령을 내리겠어.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국민은 삶을 사랑하는 의무를 진다.

사랑하지 않는자는 인민의 적이며, 자본가의 개이며, 제국주의자들의 스파이다.

누구를 묻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자는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말이야" 라고 한다.

'죽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요' 하며 온 몸으로 사랑을 던지는 은혜를 향해서는

​'이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는 수컷이면 그만이다.'라며 자신의 실존을 정의한다.

'이 햇빛, 저 여름 풀, 뜨거운 땅, 네개의 다리와 네개의 팔이 굳세게 꼬여진, 원시의 작은 광장에 여름 한낮의 햇빛이 숨가쁘게 헐떡이고 있었다. 바람은 없다.'며 작가의 마지막 생각을 정의한다.

사람마다 다른 몸의 길, 마음의 길, 무리의 길이 있다.

지나치게 무서운 남과 북의 경험으로 지쳐 빠진 몸이, 자연의 수명을 다하길 기다리면서 쉬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중립국행이었다.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땅, 하루 종일 거리를 싸다닌대도 어깨 한번 치는 사람이 없는 거리, 내가 어떤 사람이었던 지도 모를 뿐더러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곳.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초근목피로 살지언정 자연을 고집하는 나같은 사람들의 존재방식이다.

만일 정치하시는 페친님들 중 최인훈 선생님의 '광장'을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정치도 사랑입니다.(페이스북에 올린 글)

 

**********************

믿음 없는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려고 힘껏 산다

때의 한점 한점을 빗방울처럼 진하게 산다

눈을 감는 버릇을 가지라, 신에 가까워 지리라

남자는 여자 당자에 반한다

여자들은 다르다

부자의 첩살이를 하는 여자를 흔히 무슨 참지 못할 일을 어쩔 수 없는 곡절로 참아 가는 심청이처럼 불쌍히 여기는 축이 있지만 실상 본인들은 그렇지도 않은것이 안속인지 모른다

그녀들의 사랑에는 뜻밖에 티가 많은 듯하다

여자는 자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짐승 같다

남들이 사랑하니까 사랑한다는 식의 허영을 그녀들의 지나가는 조잘거림에서 깨닫는 수가 적지 않다

 

정치?

오늘날 한국의 정치는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받아서 그중에서 깡통을 골라 내어 양철을 만들구 목재를 가려 내서 소위 문화 주택 마루를 깔고 나머지 찌꺼기를 가지고 목축을 하자는거나 뭐가 달라요

그런걸 가지고 산뜻한 지붕 슈트라우스의 왈츠에 맞추어 구두  끝을 비비는 마루며 덴마크가 무색한 목장을 가지자는 말인가요?

저 브로커의 무리들 정치 시장에서 밀 수입과 암거래에 갱들과 결탁한 어두운 보스들.

인간은 그 자신의 밀실에서 만은 살 수 없어요

그는 광장과 이어져 있어요

정치는 인간의 광장 가운데서도 제일 거친 곳이 아닌가요

외국 같은 덴 기독교가 뭐니뭐니 해도 정치의 밑바닥을 흐르는 맑은 물같은 몫을 하잖아요

정치의 오물과 찌꺼기가 아무리 쏟아져도 다 삼키고 다 실어가 버리거든요

도시로 치면 서양의 정치 사회는 하수도 시설이 잘 돼 있단 말이에요

사람이 똥 오줌을 만들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정치에도 똥과 오줌은 할 수 없지요

거기까지는 좋아요

하지만 하수도와 청소차를 마련해야 하지 않아요

한국 정치의 광장에는 똥 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였어요

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꺾어다 저희 집 꽃병에 꽃고 분수 꼭지를 뽑아다 저희 집 변소에 차려놓고 페이브먼트를 파 날라다가는 저희집 부엌 바닥을 깔고 한국의 정치가들이 정치의 광장이 나올 땐 자루와 도끼와 삽을 들고 눈에는 마스크를 가리고 도둑질을 하러 나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착한 길가던 사람이 그걸 말릴라 치면 멀리서 망을 보던 갱이 광장에서 빠지는 골목길에서 불쑥 튀어 나오면서 한 칼에 그를 해치우는 거예요

그러면 그는 도둑놈한테서 몫을 타는 것이지요

그는 그의 몫으로 정조를 사고 돈이 떨어지면 또 다시 칼을 품고 광장으로 나옵니다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깐요

그렇게 해서 빼앗기고 피 흘린 스산한 광장에 검은 해가 떴다가는 핏빛으로 물들어 빌딩 너머로 떨어져 갑니다

추악한 밤의 광장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이 아닙니까

선량한 시민은 오히려 문에 자물쇠를 잠그고 창을 닫고 있어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서 시장으로 가는 때만 할 수 없이 그는 자기 방 문을 엽니다.

 

시인들은 알아볼 수 있는 막끝까지 말을 두들겨 패서 사디즘 충동을 카타르시스 합니다

그들은 가난 하니까 진짜 대상 여자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말 속에 사람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의 모든 걸 집어 넣는다

그런 잘못과 헛된 바람과 헛믿음으로 가득찬 말이 바로 사랑이다

어마어마한 그물을 얽어낸 철학자가 늙으막에 가서 속을 털어 놓는 책을 쓰는데 그 맺음말에 사랑을 가져온다

 

꿈, 사람은 꿈에 속아서 사는 것 같아요

 

저는 가끔 나이 많은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해요

제손으로 목숨 끊지 않고 저 나이까지 살아있다는 건 어쨌든 장하다고.

'장한 게 아니고 할 수 없이 산 것이겠지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전리품은 사람인 성 싶었다

 

마음은 몸을 따른다

몸이 없었던들 무얼 가지고 사람은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보고지라는 소원이 우상을 만들었다면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 낸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이란 허무의 마당에 비친 외로움의 그림자 일거다

그렇게 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구름과 바다와 뫼, 하늘 항구에 들락날락 하는 배들이며 기차와 궤도 나라와 빌딩 모조리 그 어떤 우람한 외로움이 던지는 그림자가 아닐까

커다란 외로움이 던지는 이 누리는 그 큰 외로움의 몸일 거야

그 몸이 늙어서 더는 그 큰 외로움의 바람을 짊어지지 못할 때 그는 뱄던 외로움의 씨를 낳지

그래서 삶이 태어난 거야

삶이란 잊어 버린다는 일을 배우지 못한 외로움의 아들.

속였기 때문에 또다른 속임의 대상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오입 쟁이의 계집들

그게  삶이야.

이거다 싶게 마음에 드는 계집을 만났을 때만 오입 쟁이는 고단한 옷치장을 그치고 파자마로 갈아 입을 것이며 으뜸가는 아이를 낳았을 때만 외로움은 씨 뿌리기를 그칠 것이며 공간은 몸 푸는 괴로움을 벗을꺼야

삶이란 끝 간데를 모르는 욕정 탓에 괴로운, 애 잘 낳는 여자 아랫배 같은  것

 

젊은 사람 치고 이상 주의적인 사회 개량의 정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광장에는 꼭두각시뿐 사람은 없었다

 

이동무가 수상이라면 어떡하시겠어요

나?

나 같으면 이따위 바보짓은 안해.

전쟁 따윈 안해.

나라면 이런 내각명령을 내리겠어.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국민은 삶을 사랑 하는 의무를 진다

사랑하지 않는자는 인민의 적이며 자본가의 개이며 제국주의자들의 스파이다

누구를 묻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자는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

이렇게 말이야

 

​이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는 수컷이면 그만이다

이 햇빛, 저 여름 풀, 뜨거운 땅, 네개의 다리와 네개의 팔이 굳세게 꼬여진, 원시의 작은 광장에 여름 한낮의 햇빛이 숨가쁘게 헐떡이고 있었다

바람은 없다

 

북한은 ​제가 낸 신명이 아니라 무쇠 같은 멍에가 다스리는 곳이었다

사랑과 용서가 아니라 미움과 앙갚음이었다

그것은 러시아 정교의 성경 대신 마르크스를 택한 짜아리 나라였다 

코뮤니즘에 있어서의 마르틴 루터는 아직 없다

크레믈린의 서슬에 맞선 사람은 이단 신문소에서 화형이 되었다

권위는 아직도 튼튼하다

하나님이 다시 온다는 말이 2천년 동안 미루어 온 것처럼 공산낙원의 재현은 30년 동안 미루어져 왔다

남한이란 키에르케고르 선생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었다

미친 믿음이 무섭다면 숫제 믿음조차 없는것은 허망하다

다만 좋은데가 있다면 그 곳에는 타락할 수 있는 자유와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 된 몸의 길, 마음의 길, 무리의 길.

대일 언덕 없는 난파꾼은 항구를 잊어버리기로 하고 물결 따라 나선다

환상의 술에 취해 보지 못한 섬에 닿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섬에서 환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서운 것을 너무 빨리 본 탓으로 지쳐 빠진 몸이, 자연의 수명을 다하길 기다리면서 쉬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결정한 중립국행이었다

중립국,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땅 하루 종일 거리를 싸다닌대도 어깨 한번 치는 사람이 없는 거리

내가 어떤 사람이었던 지도 모를 뿐더러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거기서 병원 문지기라던지 소방서 감시원이라든지 극장의 매표원 그런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을 쓰는 일이 적고 그 대신 똑같은 움직임을 하루종일 되풀이만 하면 되는 일을 할테다

수위실 속에서 나는 몸의 병을 고치러 오는 사람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