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628 누구나 말 타면 종마 잡히고 싶다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18.
728x90

2002. 6. 28 : 누구나 말 타면 종마 잡히고 싶다

 

어제는 SCS와 만났다.

둘만 만나면 좀 어색할 것 같아 KKB도 불렀다.

마침 노사협의회가 있었는데 결론 없이 진부한 다툼만 지속 되어 장장 6시간을 끄는 바람에 8시가 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의 간부들.

대개는 권력지향형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간부로 가는 시험을 포기하거나 시험에 떨어져 노동조합 간부로 진로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간부로 성장하여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할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노동조합의 간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간부사원 등 비조합원까지 포함하는 모든 직원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비조합원 근로자인 간부사원을 적대시하기도 하며 간부사원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노동조합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특정 소수집단의 이익이 회사나 직원 전체의 이익과 상충하는 경우에는 특정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반란이 자신들의 집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정치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는 사측에서 그런 노동조합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 그들의 요구에 어떤 문제가 있고, 왜 받아들일 수 없는지 검토하고 분석해서 비조합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과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전방 전투요원이다.

회사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인데 정부나 결정권자가 반대하는 경우 때로는 노조의 담당 간부를 몰래 만나 역으로 노조에서 제안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선 안 되지만 정부가 회사의 속성이나 경영 전반에 관해 우리만큼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서 잘못 관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일종의 그런 스파이 짓도 서슴지 않았다.

개별 기업의 경영 전반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산하기관 이라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에서 정부가 회사 발전을 저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장님이 SKT 전무님과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지만 감사실 친구와 저녁식사 선약이 있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그들과 저녁식사를 했다.(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다.)

 

술자리가 농익어갈수록 감사실 친구들은 권력의 주변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자신의 선배가 어떤 자리에서 얼마나 센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와 얼마나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누가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하여 권력의 주변에서 어떠한 행각을 벌이고 있는지 따위의 이야기들이다.

 

우리들 마음속 근원에는 내재된 권력욕망이 쉬지 않고 살아 숨쉰다.

헤겔은 이를 우월욕망이라고 정의했다.

말 타면 종마 잡히고 싶다.’는 말도 우리네 마음속 우월욕망이 굳어진 속담이다.

맑은물 바닷가에서 세꼬시 한 접시 놓고 셋이 소주를 5병이나 먹었고 그것도 모자라 SCS가 사는 방이동 근처에 가서 생맥주 1잔씩 더하고 헤어졌다.

**************

 

부랄친구 모임 청죽회 총무인 정원이가 전화를 했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꿈을 꾸었다며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다음 주 금요일이 어떻겠냐고 하기에 나는 좋으니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두 알려 함께 모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쩌다가 부랄친구 모임의 회장 노릇을 종신으로 하고 있다.

부랄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정말 정겹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가슴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

 

ㅇㅇㅇ사의 HSK 차장을 만났다.

ㅇㅇㅇ 용역사업과 관련해서 우리가 원하는 기준에 부적합한 듯하니 이번에는 포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정중하게 의견을 물었다.

처음 시작하는 만큼 제대로 된 기준을 설정하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많이 아쉬워 했지만 신사답게 물러설 줄 아는 참신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가 참 좋았다.

****************

 

자회사가 매각될 경우 자회사로 파견 보낸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방안을 검토하여 처장님께 보고했다.

그들은 사실 회사가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적용하여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회사에 강제로 파견 근무하도록 한 직원들이다.

정부는 우리 회사 ㅇㅇ부문을 6개의 자회사로 분할하도록 결정했다.

당초 계획은 분할 후 차례로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소속 직원들도 함께 분할 해 보내야 하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자회사에 가기를 꺼렸다.

회사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분할책이 현재 근무중인 사업장 소속 자회사로 모두 예외 없이 전적시킨다는 거였다.

이에 반발하여 끝까지 자발적인 전적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해당 자회사에 강제로 파견근무 하게 하고 스스로 전적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인원이 384명이나 됐고 그들을 모두 내가 전담해 관리하고 있었다.

모든 인사 노무관리를 나 혼자 담당했다.

따라서 나는 이들의 공공연한 공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이 일생일대에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시기다.

파견자 중 한 사람은 내게 이완용보다 더한 오적이라고 욕질을 해 나랑 대판 싸우기까지 했다.

직장생활의 비애를 정말 통렬하게 느낀 시기다.

 

****************

경신이가 학교에서 진로 찾기를 했는데 자기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며 내게 도곡동에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어떻게 가느냐며 전화를 했다.

나는 직업 찾기의 신중함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네가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 모두 나열하고 다시 한번 하나 하나 심도 있게 분석한 후 선택할 것을 권했다.

필요하다면 네가 원하는 그 직업이 어떤 것인지 먼저 인터넷을 통하여 조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