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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629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라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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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6.29 :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라.

 

HSM 의원이 파견자 문제로 또 답변서를 요구했다.

파견자 중 누군가가 또 자신의 고충을 H의원 사무실에 토로했던 모양이다.

파견자들은 회사를 압박해서라도 어떻게든 모회사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 내에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다.

아무도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고 이 일은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영양가가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갈등과 고통과 치욕과 욕설만 돌아올 뿐 자신에게 이득되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파견자 문제만 나오면 모두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나만 쳐다 본다.

덕분에 나는 온 신경이 곤두 선다.

정부가 회사를 분할 하라고 해서 억지로 분할 했다.

그 과정에서 혹 불합리한 일이 발생했더라도 정부는 매를 들고 나서서는 안 된다.

의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인권위원회, 노동사무소, 법원 등에서조차 이 문제로 내게 칼날을 들이대려 하니 견뎌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래도 전문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불평없이 답변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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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NKW 국장이 점심을 함께 하자며 내게 전화를 했다.

그는 오랫동안 나의 노조측 카운터파트였다.

가끔 의견대립이 있었지만 서로 존중하며 합리적 절충안을 찾아 Win-Win의 히스토리를 엮어 갔었다.

그의 귀는 늘 열려 있었으며 노조답지 않게 점잖고 품위 있게 행동했으며 내게 화를 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꼭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내게 협조를 구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의 편에 서서 합리적 대안 모색에 최선을 다했었다.

덕분에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함께 어울려 다니며 술자리도 자주 가졌었다.

그런 그가 9년이 넘는 노조 전임생활을 청산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정년퇴직을 준비하기 위해서 수구초심 본류로 돌아간 것이다.

식사를 하면서 그는 말단 변전소 현장업무에 배치되어 즐겼던 한 달 여에 걸친 근황을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익숙해지면 잘못된 상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동료들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시정해가는 스토리 였다.

그는 한구석에 내팽개쳐져 곰팡이 슬어가는 식기 도구 청소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마음 자세 하나하나 까지 바로잡아가고 있었다.

종종 주변 동료들이 비난의 화살을 보냈지만 그 특유의 온유함과 강직함으로 그들의 마음속까지 개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를 잊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강직한 그가 온갖 불합리가 난무하는 노조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겪었던 노조전임 시절의 아픔이 내게도 전달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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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사업장에서 직원 한 사람이 시의원에 당선되었다.

그런 그를 감사실에서 근태를 점검하고 확인서를 받으며 난리법석을 떤 모양이다.

거기다가 그를 퇴직 처리해야 한다고 사장에게 보고까지 했던 모양이다.

우리도 감사실의 의견에 따라 겸직 금지 조항을 들어 LJB차장이 그에게 사실상 사표를 종용하는 공문을 보내고 말았다.

 

실은 오늘 N국장과의 점심식사에 노무처 KSK와 JBW 그리고 홍보실 LYK도 함께 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JBW와 이 주제에 대하여 한 차례 토론을 벌였고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내게 YSK 팀장이 그의 사표를 들고 찾아와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그에게 절대로 당선자를 함부로 퇴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해 주었다.

내 주장의 요지는 이랬다.

 

우리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근로기준법의 적용받는 기관이다.

그런데 공민권의 행사는 근로기준법상 당연히 보장되어 있다.

시의원 활동은 공민권 행사의 일종이기에 이를 이유로 강제퇴직 절차를 밟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러니 본인이 퇴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 우선 휴직처리하여 그에게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어라.

그러면 그는 우리 편에 서서 회사의 대변인이 되어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처장님, 전무님이 내 의견을 받아들여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단지 금요일이란 이유로 부장이 삼겹살 회식을 제안했다.

보성녹돈에서 녹차 삼겹살을 구워 소주에 안주로 삼았다.

거기서 OOO자회사의 인사과장 KDS을 만났다.

그는 얼굴이 두꺼비처럼 생겨 마음이 넓고 후덕하게 보인다.

사람은 첫인상으로 그 사람의 심리적 경향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 경향성 즉 마음의 물자체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정의한 상대방의 마음이란 실은 나의 생각이 임의적으로 판단해 만들어낸 피조물일 뿐 물자체는 아니다.

그런 그가 우리가 먹은 밥값까지 대신 지불해 주었다.

이럴 때 난 또 착각한다.

역시 내 판단이 옳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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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B랑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이번에는 자신이 택시비를 지불할 차례라며 한사코 만 원짜리 한 장을 내 손에 쥐어주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받아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