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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26 거지근성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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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26()

Y가 아침부터 싱글거리면서 좋아 죽겠는 표정이다.

OO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신이 나는 모양이다.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출근하여 나의 출근을 반기면서 보자마자 OO제 관련 서류를 요구했다.

전무님들께 가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오전 내내 온 전무님 방을 돌아다니면서 자기와 OO제를 곁들여 선전하러 다녔다.

전국 사업소에 공문을 발송하여 OO제 시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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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Y는 KM과장과 L과장, S과장, 나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순환보직 대상자가 OO제에 응모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응모해서 선발되면 순환보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가를 물었다.

누군들 선뜻 나서서 그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은 그의 신상에 관련된 것이고 그가 요구하는 답이 따로 있는데 그걸 아니라고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의 마음속 답변은 하나다.

순환보직과 OO제는 별개이고 본사 순환보직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순환보직 대상자는 공모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Y는 머리가 복잡하다며 다시 생각해 보자는 말과 함께 스스로 말을 접었지만 집요하게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의지를 우리들에게 내보인 거다.

거지근성이란 말이 있다.

어릴 적 거지처럼 자란 사람은 거지근성을 가지기 십상이다.

혹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지 않으려고 비열하게 구걸하거나 훔쳐먹은 적이 있다면 부자가 된 지금에도 그런 습성이 남아있는지 자신을 잘 살피며 살 일이다.

그럴수록 자신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단정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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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일찍 퇴근하자고 해 그를 태워 집에다 모셔다드리느라 나도 덩달아 일찍 퇴근하였다.

1960 파라다이스 chat room에 들어가 메두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친구를 만났는데 닉네임과 달리 그는 무척 마음이 착한 사람 같았다.

그는 자신이 약제사라고 하면서 원래 서울 중화동이 고향인데 어머니 고향인 금산에 와서 인삼류를 취급하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변비 얘기가 나오기에 내게 변비가 있다고 했더니 변비약을 택배로 부쳐주겠노라고 했다.

채팅으로 처음 만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도 경계심 없이 후하게 베푸는 멋쟁이다.

이런 사람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