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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224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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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24()

 

토요일에 검토했던 파견자 관련 검토서 두 가지를 출력하여 처장님과 Y에게 초안이라며 전달했다.

처장님은 28일에 있을 노사협의회 답변자료를 내가 건넨 검토서 안에 깨알같이 적어 넣으며 본인 스타일에 맞게 정리하셨다.

내가 다시 타이핑 해 드리겠다고 했지만 괜찮다며 거절하셨다.

Y도 검토서 여기저기에 자신의 언어를 적어 넣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핵심을 벗어난 의미 없는 사족들이다.

그는 그것을 내게 전하며 고쳐달라고 했다.

그가 적은 내용을 그대로 살려 수정해 줄 수는 없고 그의 생각만 받아서 나의 언어로 다시 만들어 수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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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Y가 순대국이나 먹고 가잔다.

KY과장과 셋이서 순대국을 먹으면서 소주를 두 병 시켰다.

아마도 내가 거의 한 병 마셨고 한 병은 둘이서 반병씩 나누어 마셨을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그동안 여러 번 재탕했던 옛날 자신의 과장 시절 이야기를 했다.

매일 오후 네 시면 나가서 막걸리 한 통을 마시고 안주로는 새우젓 새우 한 마리 집어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는 이야기와 자기가 승진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다.

내게 두어차레 승진을 위해 여기저기 많은 돈을 썼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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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예의상 Y에게 한 잔 더 하자고 했더니 이번엔 판단력이 흐려진다며 거절하였다.

바로 집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K가 한잔 더 하고 싶어 하기에 체라에 들러 맥주를 13병 마시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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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어제 내가 읽어보라고 준 남여의 차이점을 나열한 책 요약본을 보고 나서 계속 울었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인 듯한데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런 모습이 참 싫다.

그녀는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 같다.

아마도 그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허탈감 때문에 우는 것 일 게다.

그냥 모른 척 무시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바라본 그녀의 입이 부어있었다.

매서운 눈초리로 홱 돌아서 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나에게 그녀는 쑥 엑기스를 내밀며 억지로 싫지 않은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말없이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