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 12(목)
K과장이 가져온 1직급 승격 소요연한 연장 관련 보고서를 전면 수정하여 그에게 다시 주었다.
그의 보고서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부적절한 어휘 선택은 물론 핵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논리 구성이 매우 빈약하다.
보고서를 처음부터 거의 다 다시 고쳐 주며 L과장과 협의하라고 했다.
L과장과 협의하라고 한 이유는 나나 K과장이 Y와 직접 협의할 수 없으니 L과장으로하여금 담당부장인 Y의 협조 사인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바람에 결국 K과장만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심리적으로 매우 바빠진 셈이다.
아직도 Y는 제도업무가 자기 업무로 착각하고 있다.
나도 더 이상 나의 업무영역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냥 자기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서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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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본부장이 그동안 사장 말을 잘 안 들어서 이번에 아웃 된 것이라는 소문이 회사 내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K사장은 OO본부장에게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주문을 해 놓고 그걸 해결하지 못한다고 정년이 2년이나 남아 있고 주어진 상임이사 임기도 1/3밖에 지나지 않은 사람을 내친 것이다.
예를 들면 승진을 하려면 일정 기간의 경력이 필요한데 아직 소요경력조차 갖추지 못한 OO팀장 직무대행 J를 3직급으로 승진시키라는 식의 주문을 해 와 OO본부장이 규정상으로도 불가능하고 직원 사기나 정서상으로도 어렵다고 하자 부정적인 인물로 낙인 찍고는 지금까지 계속 괴롭혀 왔다는 것이 조심스런 주변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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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담당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도 있는 제도를 지켜내는 게 더 힘들다.
잘못된 지시사항에 대하여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이해시키느라 허비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안식년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물론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정원을 유동적으로 활용하여 승진 정체를 완화할 수 있으며 인력 운용의 폭을 넓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윤추구가 주목적인 기업이 돈까지 주고 놀리면서 조직 분위기도 망가뜨리는 안식년제를 도입하는 것을 정부 관련 부처나 감사원에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런데에도 그는 이를 즉시 도입하여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사장 지시사항이라며 그걸 도입한다는 검토보고서를 KM과장이 내게 올렸기에 나는 지금 그걸 완전히 뒤집는 보고서를 다시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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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과 부사장님이 담당 처장들과 오늘 퇴직 송별식을 한다.
처장님이 내게 운전기사 역할을 부탁해 1층 북측 현관 로비에 내려가니 전무님, 부사장님과 일단의 무리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무님들 차가 도착하자 비서들도 함께 그들 차에 태워 내가 모셔가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
처장님은 내게 그냥 들어가라고 해 곧바로 O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KMC과장과 KYD과장이 함께 퇴근하면서 내게 던진 한마디 말이 한 잔 하러 가니 합류하자는 의미 같아 전화를 했더니 그는 내 전화를 십년 손님처럼 반기었다.
우리는 KMD과장 집 앞에 있는 삼겹살 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그의 테니스클럽 회원 중의 한사람이 운영한다는 생맥주집으로 가서 2차로 양주 한 병과 생맥주 500CC씩을 더 마시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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