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 13(금)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다.
그렇게 간절히 바랐건만 S본부장님이 파리 목숨처럼 너무도 쉽게 날아가 버렸다.
세간의 이야기대로 K사장이 받은 일괄사표 중 H부사장과 S본부장, P본부장의 사표만 산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선별 수리된 것이다.
사표수리가 결정되자마자 K사장은 이임식을 준비하도록 하였고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 듯 나서서 행사를 주도했다.
정말 가증스럽다.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강제해고해 놓고는 태연하게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이 가증스럽고 미웠다.
우리본부장님 이임사는 대부분 내가 적어준 대로 하셨다.
그는 그 특유의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가 쓴 이임사를 빠르게 읽어나가셨다.
그 바람에 내가 의도했던 감성이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많은 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는 이임식장 맨 앞줄에 앉아 있다가 식장에서 그분들과 비운의 악수까지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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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기분이 안 좋으셨던지 처장님은 어제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장과 주무과장을 불러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주문을 하셨다.
소백산에서 소주를 나누는데 그는 영 술을 받으려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Y는 지방사원 이야기를 꺼내었고 동일지역 재직의무기간(15년) 단축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K처장도 단축의사에 동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처장의 독선도 알아주는 것이어서 크게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조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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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술 한 잔 더하고 가기로 하였다.
술집을 찾길래 내가 텐텐 맥주집으로 안내하였다.
거기서 우리는(Krh, Jjt, Ysk, Kyb, 나) 맥주를 제법 마셨다.
텐텐을 나와 헤어져 돌아오려는데 Y가 술 한 잔 더하잔다.
그는 이상한 술집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붉고 흐린 조명 아래 빛바랜 의자에 앉아 3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아줌마들과 의미 없는 말을 섞으며 한 잔 더하고 Y와 Ky를 택시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 준 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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