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 1
계속되는 야근에 숙직까지 겹쳤는데 처장님이 호프데이를 하자며 간부식당에서 맥주파티를 열었다.
처장님은 내가 숙직을 바꾸기를 원했지만 숙직 3시간을 남겨놓고 바꿔주려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였다.
저녁 6시에 행사장에 내려가 맥주 2잔을 마시며 얼굴만 내 비추었다.
저녁 9시 즈음하여 몸이 무척이나 피곤하고 잠이 쏟아지는데 아직 잘 시간이 아니어서 힘들지만 참고 계속 버티었더니 왼쪽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이상 징후가 생긴 듯하다.
말을 하면 왼쪽 귀가 공명하면서 잘 들리지 않는다.
저녁 10시쯤 되었을까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선우욱이 하고 이동수가 통닭 한 마리를 사 들고 나타났다.
호프데이 파티는 9시쯤 끝났는데 자기는 배가 고파 밖에서 라면을 사 먹었단다.
라면을 먹다가 숙직하시는 조부장님 생각이 나서 통닭 한 마리 사 왔단다.
정말 고마웠다.
사람들은 그런 사소한 것에 크게 감동한다.
아주 크고 거창한 것보다는 작고 세심한 배려를 더 깊이 새기고 고마워한다.
인간관계도 일이 닥쳤을 때 힘들게 가래로 막으려 하지 말고 귀찮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호미로 살살 막아 놓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암튼 그래서 결국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통닭을 뜯으며 11시 넘어까지 후배들과 담소를 나누어야 했다.
11시 40분쯤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낯선 잠자리와 주변의 소란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같이 당직하는 과장 녀석이 자꾸 들락거려 잠을 더 설쳤다.
그래서 그런지 왼쪽 귀가 계속 잘 들리지 않고 웅웅거리며 공명하는 소리가 났다.
점심 식사시간에 L과장이 다른 과장들과 보신탕을 먹으러 가면서 함께 가잔다.
‘장모님 보신탕집’에 앉아있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왼쪽 귀로는 웅웅 거리며 울려온다.
나의 건강에 무언가 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일찍 퇴근해 집에서 아이들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호신이가 자청하여 설거지를 하였다.
녀석 그래도 많이 컸다.
나이 들며 조금씩 발전해 가는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텐데...
그 녀석은 머리가 좋아 조금만 공부에 열중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내가 혹 선풍기를 켠 채 잠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방을 들락거리며 방에 불을 끄고 방문을 닫으며 여러 가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녀석이 조금씩 철이 드는 모양이다.
아내가 KN사업소로 발령을 받자 KD사업소 동료들이 송별식을 해 준다고 오늘 그녀를 초청했단다.
덕분에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한 말에 의하면 자기가 KD사업소에선 주변 동료들로부터 인기가 상한가를 쳤단다.
그녀는 주변을 편하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듯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호신이 녀석이 설거지를 하고 내방을 들락거린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내가 빨리 잠들어야 자신이 밤새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잔머리가 오늘의 그 녀석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내가 모르는 새 녀석은 그렇게 서서히 게임중독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이후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했고 결국은 내가 원하지 않는 엉뚱한 길로 들어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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