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7.24(목)
K처장님 밑에서 근무하면 지옥에 준하는 고통이 따른다는 걸 회사 사람들 대부분 잘 알고 있다.
나의 일기장을 보면 쉽게 그걸 유추해 낼 수 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일기를 거른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K처장 부임 이래 일주일이나 열흘 거르기가 다반사다.
물론 내가 게을러서 일기 쓰기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의하면 너무 힘들어 일기 쓸 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야근할 필요가 없는 사소한 일거리로 허구한 날 야근을 해야 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불필요한 야근을 이어갔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일하면서도 좋은 소리 한번 못 듣고 오히려 심한 모욕을 당해야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공청회를 한다며 나에게 자료를 준비하라 하는데 주문이 하도 많아서 감당이 되지 않는다.
사실 그런 공청회는 그가 나서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하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원만하게 끝낼 수 있다.
공청회 참가자들도 하위직 직원들이어서 처장이 직접 나서는 걸 모두 부담스러워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는 직접 나서서 공청회를 진행하고 싶어 했고 요구하는 자료도 수없이 많아서 이를 감당해 내기가 매우 어렵다.
며칠 전에는 전날 늦게까지 야근해서 힘들게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갔더니 너무 어렵게 썼다며 쉽게 풀어서 써달라고 했다.
다시 고쳐 쉽게 풀어서 가져가니 우리 사무실에 와서는 K과장과 C를 불러 파업과 태업과 반항의 공통점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이어서 내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다.
정말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곧바로 '그것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나는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처장은 그가 수시로 뱉어내는 메타포의 의미를 내가 제대로 알아듣고 당신 생각을 읽어내는 것을 보고 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 항변을 그는 알아들었을 것이다.
당신이 볼 때는 내가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그걸 몰라주는가!
그걸 몰라준다면 그것은 파업이나 태업이라기 보다는 내 능력부족의 문제라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내 의중을 즉시 파악해내곤 술을 사주겠다고 했다.
KJH부처장과 업무지원처 OO과장, LJB과장을 불러 내 차에 태우게 한 후 옥돌집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날 소주를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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