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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811 몰아쓰는 일기

by 굼벵이(조용욱)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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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11()

또 오랜 기간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지나친 술로 아침 기상이 어렵거나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K처장님의 업무 스타일이 나로 하여금 일기를 쓸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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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전날인데 K처장과 술을 많이 마셨다.

K처장이 우리 자리에 나타나서는 공청회 관련 사내방송 뉴스에 자기 얼굴은 안 나오고 내 얼굴만 나왔으니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술한잔 해야 한다며 강짜를 부리셨다.

OO팀 직원들과 OOOO팀 과장들 그리고 L과장과 KNS까지 도합 11명이 초교옥에서 소주를 마셨다.

1차가 끝나고 K처장을 OO아파트 댁으로 모셔다 드린 후 KNS와 둘이 생맥주 집에서 500CC 두 잔을 더 마셨다.

P 선생 전화가 왔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오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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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유원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전날의 과음으로 조금 힘들었다.

현대증권에서 2,131만원을 찾았다.

퇴직금 중간정산금 원본 7000만원을 9.4% 채권으로 3년 동안 예치해 올린 작은 성과이다.

3년 후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기에 5년짜리 채권보다는 3년짜리를 선택했었다.

당시 IMF시즌이라 채권 이자율이 매우 높았다.

 

(이후 아파트값이 그렇게 폭등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때 그 돈으로 폭락한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놓았다면 나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중간정산금으로 아파트를 사서 부자가 된 직원들이 꽤 여럿 있다.

물론 그 돈으로 주식투자 해 망한 친구들도 있다.)

 

3년 만기가 되어 올무렵 서초동 아파트 청약에 당첨이 되어 그 돈이 원본과 함께 이자까지 아주 요긴하게 쓰인거다.
당초에 내가 계획했던 바대로 깔끔하게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4일에 K처장이 업무량을 체크하겠다며 주간업무를 적어내라고 했다.

각 팀별로 돌아가며 업무일지를 만들어 제출하고 협의하자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다.

나는 곧바로 K과장과 C를 불러 하명사항을 전달하면서 한 술 더 떠서 매일 매일 그날 한 일을 이메일로 보고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부서의 업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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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C부장, P부처장, C부장과 함께 어울려 테니스를 하였다.

새벽 630분까지 모이자는 제안에 내가 620분에 제일 먼저 도착했고 뒤이어 C부장과 P부처장이 도착했지만 C는 잠을 자다가 내 전화를 받고나서야 일어나 나왔다.

그는 전날 저녁에 새벽 3시가 넘도록 술을 마시고 세상모르게 잠이 들었다고 했다.

테니스를 끝내고 맛고향 집에서 아침밥을 먹은 후 회사에 출근하였다가 MK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YS이네 가게 오픈도 했으니 구경삼아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약속장소에 가려고 막 나서려는데 와이프가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범균이를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사 온 첫날인데 이삿짐 정리는 안 하고 자기 혼자 여자 동창친구나 만나러 다닌다고 싫은 소리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녁 5시에 먼저 당산역에서 MK이를 만났는데 그녀는 내게 다가와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YS네 가게에서 소주를 2병이나 마셨다.

YS이는 정말 악착같은 친구다.

건강도 별로 좋지 않으면서 보신탕집을 자기 혼자 꾸려나간다.

아침에 테니스를 하고 한잠 자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나갔더니 술기운이 잠으로 이어져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손잡이를 붙잡고 서서 졸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지 옆에 서있던 젊은 남자가 나를 툭 치더니 자리가 났으니 앉으라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앉자마자 잠에 떨어졌다.

결국 전철역을 3정거장이나 지나친 선릉 역에서 잠이 깨었다.

다음역인 삼성역에서 내려 다시 거꾸로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