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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816 고향방문

by 굼벵이(조용욱)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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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8. 16()

명자가 전화를 했다.

며칠 전 그녀를 만나 오늘 점심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마침 성당에서 봉사를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약속을 취소하잔다.

내가 회장인 우리 반 모임의 총무 역할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고 어린 시절 나를 짝사랑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에 밥이라도 함께하며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었다.

일부러 오늘에 맞추어 평택지점 식구들과 테니스약속까지 했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우선 교육정원 활용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수정해 KY과장에게 주었다.

KY과장은 나의 지시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보고서를 야무지게 꾸며왔다.

그걸 다시 수정해서 나의 생각을 전한 뒤 내일 이메일로 확인하자는 이야기를 남긴 뒤 평택으로 향했다.

평택지점 테니스코트에서 KD과 LJ, LK, OY이 함께 어울려 네 게임을 하였다.

저녁엔 보신탕을 먹었는데 그건 내가 계산했다.

이후 모두 계속 술을 마시고 노래방까지 갔다.

이럴땐 일찍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싶어 얼른 평택지점 담을 넘어 파킹해 놓은 차 안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산타모 RV차 뒷좌석 의자를 눕혀 미리 침대칸으로 정리해 놓았었다.

아침 5시쯤 되었을까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은 상태였으므로 비가 들어올 것 같아 얼른 차를 몰아 시골 본가로 향했다.

술이 조금 덜 깬 상태였지만 이른 새벽이었으므로 큰 어려움 없이 시골 본가에 갈 수가 있었다.

현관문 열쇠는 있었지만 엄마가 놀랄 것 같아 먼저 전화를 했다.

엄마는 얼마 전 도둑을 맞았단다.

통장에 240만원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훔쳐 은행에 가서 찾아가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집 내부사정을 아주 잘 아는 녀석의 소행인 것 같다.

엄마 전화번호도 알고 통장 비밀번호가 전화번호로 되어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창 잠금 나사를 풀어놓고 창틀엔 자신의 발자국까지 남겨놓은 채 달아났다.

방에 요를 깔고 한숨 잠을 잔 뒤 남은 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작은아버님 내외와 작은 할머님댁 아주머니, 순옥이 엄마까지 태워 성당까지 모셔다드린 후 서울로 향했다.

차가 막히지 않아 금방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