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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1031 꾸중을 들을 땐...

by 굼벵이(조용욱) 2022.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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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오늘은 일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다.

아침부터 처장님이 신입사원에게 나누어줄 경영도서를 전무님께 보여드리라고 해서 전무님 방에 들고 갔다.

전무님이 대충 훑어보시고는 다른 책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 유독 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는 책에 이의를 제기하셨다.

내용은 좋은데 제목이 안 좋다는 거다.

신세대 취향에 맞춘 것이고 내용은 신입사원들이 꼭 알아야 할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또 제목이 안 좋다고 하신다.

이미 책을 주문해 스티커까지 다 붙여놓아 반품이 안 된다.

곤란하게 되었길래 그 말씀을 드리려는데 처장님이 내게 눈을 찡끗하셨다.

두꺼비처럼 입을 닫았다.

둘이 전무님 방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처장님은 내게 심하게 꾸지람을 하셨다.

넌 왜 그걸 전무님께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쥐 잡듯 큰 소리를 내신다.

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변명은 화를 부른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옳아도 상사가 화나서 꾸짖을 때는 절대 대꾸하면 안 된다.

특히 K처장님한테는 더욱 안된다.

 

마침 점심식사를 처장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변명을 했다.

지난번 처장님께 샘플을 가져다드린 후 처장님이 그걸 다시 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길래 전무님께 이미 다 보고드린 줄 알았다고 했다.

나나 처장님이나 모두 자기 멋대로 생각한 결과다.

직장생활은 이렇게 하찮은 일도 넘겨짚지 말고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

 

저녁 야근 중에 처장님이 전화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 모두 데리고 초교옥으로 오라는 거다.

JYJ양이 산후휴가와 10개월간의 휴직을 모두 마치고 복직하면서 우리처에 남지 못하고 OO지사로 발령을 받게 됨에 따라 미안한 마음에 송별식을 여는 자리에 앉았는데 여직원들 사이에 혼자 있으려니 영 불편했던지 전부 데리고 나오라고 성화다.

처장님이 처음에는 술을 조심하며 열심히 술잔을 사리더니 젊은 신입 여직원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예외 없이 흥건히 술에 절어서는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신다.

6시 반에 시작한 술자리를 10시가 넘어서야 마쳤다.

김위원장 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LJ과장에게 수표를 주며 술 한 잔 더 사주라는 주문을 하고 차에 타서는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나는 따라가지 말라는 주문을 했다.

걱정도 팔자다.

같이 가자고 고사를 지내도 안 갈 사람에게 가지 말라니 취하긴 단단히 취한 듯하다.

이번 종합검진 결과 나타난 간 수치 급상승 덕에 술을 자제하는 중이란 걸 모르시나 보다.

KY과장과 회사까지 같이 함께 걸어와서는 나는 곧바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