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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305 노사협의회 사용자측 위원구성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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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5(금)

오늘은 노사협의회가 있는 날이다.

노사협의회는 어찌 보면 노조 잔칫날 같다.

법의 보호아래 노조가 회사 간부를 개잡듯 잡는 날이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노사협의회는 인사와 관련된 부분부터 먼저 시작하였는데 P국장의 제안설명에 이어 인사처장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P국장의 요구도 지나쳤지만 인사처장도 준비가 영 소홀했다.

파견자 문제도 내가 작성한 답변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사측 답변자는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회사의 정책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걸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절대로 바뀔수 없는 사항(BATNA)과 어느정도 들어줄 수 있는 사항을 구분하고 명확한 논리를 정립하여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며 조리있게 설득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끊임없이 노조가 파고들어 회사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K처장이든 H전무든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견자 복귀를 주장하는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하여 어차피 회사가 정리해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불편하지만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근로기준법에 정한 절차대로 정리해고 통보를 제안했어야 옳다.

그러면 속과 겉이 다른 노조의 쇼맨십도 공포탄은 좀 터뜨릴지 몰라도 절대 실탄을 발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하지만 K처장이나 H전무는 중언부언 노동사무소 답변을 핑계 대며 리스크를 안지 않으려고 내가 준비한 답변서는 뒤로 한 채 노조에 말려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나가 버린 것이다.

그런 노사협의회에 들어가 협상을 보좌하다 보면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

노사협의회 사용자 측 위원을 바꾸어야 한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많이 알고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상견례할 때와 협의를 완료하고 쌍방 당사자간 사인 같이 법에 정한 사항이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경우에만 사장이 사용자 측 위원장으로 나와야 한다.

사용자측 위원도 사안별로 해당 사안을 꿰고 있는 담당 실무부장이나 과장을 선임하여 직접 현실적인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공연히 직급만 인플레 시켜 내용도 모르는 고위직이 노조한테 이론적으로 밀리면서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엉터리 결정만 유도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 내 사무실 이사를 했다.

인사운영팀 곁방살이에서 벗어나 아예 사무실도 총무팀 옆 양지바른 곳에 별도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워낙 옹색한 생활을 하다보니 동향의 새로운 사무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침이면 창가에 햇살이 드는게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점심 넘어 까지 고운 햇살이 창가를 드리운다.

이사를 준비하느라고 11시가 넘도록 회사에 있는데 L과장이 퇴근길에 한잔 하잔다.

길 건너 코엑스 빌딩에 있는 대형 맥주집으로 가 한 잔씩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