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3(수)
처장 방에서 아침회의가 소집되었다.
처장은 최근에 느꼈던 여러 가지 자신의 생각들을 토해냈다.
나는 그동안 그가 워크샵과 관련하여 지시한 내용 중 불확실한 부분까지 되짚어 질문하며 그의 지시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하였다.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시사항을 확실히 확인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K처장에게 신입사원 워크샵에 쓸 책을 드렸는데 그걸 조금 읽었는지 우리들에게 생각이 “다르다”와 “틀렸다”의 차이점을 물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르다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행위이고 틀렸다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모두들 나의 답변을 듣고 놀랐고 처장은 자기가 읽은 책을 미리 읽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근에 내가 몸으로 체득하여 파견자에게 편지를 보낼 때 주로 사용한 말이다.
그들에게 내가 그들과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만큼 그들도 내가 그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욕하거나 비난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해왔었기 때문이다.
나의 답변을 듣고 놀란 K처장이 오늘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K처장은 다시 업무지원처에 있는 모 과장이 자신을 포함하여 만나는 상사마다 매번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그건 왜 그런가 하고 물어왔다.
나는 그의 생각의 정도 차이가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했고 모두들 나의 명쾌한 즉답에 놀라워하는 눈치다.
K처장은 껄껄 웃으면서 회의를 마쳤다.
KY과장이 만든 설문서를 어제 돌려보냈었는데 고쳐 내게 다시 가져왔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아 상당부분 다시 수정하여 KY과장에게 주었다.
KT과장이 가져온 진정서에 대한 검토보고서도 엉망이어서 편제부터 다시 만들도록 지시를 했었는데 다시 고쳐온 보고서 내용 또한 너무 부실하여 내가 일일이 수정하여 그에게 돌려보냈다.
KT과장은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이 필요하다.
노력은 열심히 하지만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확연히 구분되어 드러난다.
회사 규정이나 업무와 관련된 일은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이와 관련 없이 생소한 일, 일테면 주 5일제 관련 사항이나 여성 출산 우대정책 등과 같이 회사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한 검토보고서 작성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KT과장에게 무척 화가 나서 크게 호통을 치려다가 참았다.
매일노동뉴스의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자기 멋대로 정리해고 운운하면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업무담당자가 개인적인 사견을 마치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인양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만일 그것이 활자화 되면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그에게 빨리 전화 통화한 기자를 수배하라고 했다.
잠시 후 그가 전화통화 한 기자를 수배하여 내게 연결시켰으므로 그에게 파견자와 관련하여 발생한 그간의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한 후 앞으로의 대책을 묻는 그의 질문에 아직 확정된 방침이 없음을 설명했다.
잠시 후 건설신문사의 모 부장이란 친구도 전화를 해서는 건방진 어투로 또 파견자에 대한 대책을 물어왔다.
이에 대하여도 그간의 과정과 회사의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설명을 해 주었다.
아마도 파견기간 종료일이 다가오자 미꾸라지 소금 뿌려놓은 듯 파견자들이 이리저리 살길을 찾아 정신없이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다.
KT과장이 만들어온 노사협의회 안건 검토의견을 보면서 짜증이 났다.
그의 모난 부분을 깨고 갈아 제대로된 모습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그의 보고서를 다시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KY과장이 가져온 경영평가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내가 꼼꼼하게 모두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적당히 나와 관련된 사항만을 읽어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가 만든 내용 중 상당 부분에 문제가 발견되어 이를 수정하도록 지시하였다.
그 모든 것들을 검토하느라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LD가 저녁밥을 시키는데 내 밥은 빼놓고 주문했다.
속으로 무척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모른 척하고 지나갔다.
아뭇소리 안하고 그냥 탕수육과 만두로 저녁 요기를 때웠다.
때에 따라서는 그런 사소한 감정을 조절하여 슬기롭게 넘길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 아내의 날이어서 집사람과 삼겹살에 소주한잔이라도 해야 했지만 정신없이 일만 하느라 그걸 못해 아내에게 몹시 미안하다.
밥 먹고 늦게 집에 들어온 내게 그녀는 오늘이 아내의 날임을 강조했다.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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