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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515 경영자냐 관료냐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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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15(토)

해고 예고 관련 서류를 들고 전무님 방에 가니 전무님이 사인을 하려 하시지 않으셨다.

사장님이 하신 말씀 때문에 영 꺼려지는 모양이다.

사장님께서 정리해고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기에 사장님이 강제전적과 정리해고의 관계를 무언가 잘못 이해하시고 그러시는 것 같으니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해도 영 마음이 안 내키는 모양이었다.

결국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사장님께 보고 드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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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경에 OHS씨가 OO자동차 인사부 과장과 대리를 데리고 와서는 Outplacement 관련사항에 대한 자문에 응해 달라고 했다.

지난주부터 내게 부탁을 해 와 한 시간 동안 그들의 질문에 응해주었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삼성칼국수 집에 가서 파전과 칼국수를 먹었다.

헤어지면서 큰처남의 일자리에 대하여 다시 한번 재확인하였다.

CFO를 이야기 하길래 그는 원래 financing 전문가로 CEO가 아니라도 CFO도 괜찮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하였다.

 

오후 2시에 처장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처장은 나로 하여금 전무와 부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였고 나는 곧바로 두 분 모두에게 보고한 후 서류를 처장에게 건넸다.

잠시 후 처장은 사장실에 다녀와서는 사장이 월요일에 있을 경영간부회의에서 토의 한 후 결재를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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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하나같이 경영과는 거리가 먼 관료들이다.

일관성도 없고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며 귀찮고 힘든 일 보다는 생색내기 좋은 일들만 골라서 하려고 하는 그런 태도들이다.

인생은 기쁜 일 슬픈 일들을 모두 똑 같이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괴롭고 힘든 일의 골이 깊으면 깊을수록 기쁘고 행복한 순간의 파고도 높아진다.

퇴근 무렵에 처장은 함께 소주 한 잔 하러가지 않겠냐고 해 몸이 말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양했더니 자기 몸 좋을 때만 먹을 수 있느냐고 핀잔을 주길래 그럼 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결국 그는 또 K 부장과 L 과장을 데리고 갔다.

그 바람에 P와 약속한 저녁식사는 나와 K부장 L과장이 빠지고 KY과장과 K위원장만 함께 하면서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김치찌개로 몸을 덥게 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편도선이 무척 많이 부은 것 같다.

밤새도록 過猶不及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지나치게 사용하면 망가지는 것이다.

스스로 한계점을 파악하여 지나침이 없도록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도 지나치게 사용하면 퍼져서 금방 망가져 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제어장치를 운용해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놓고 이를 지키며 사는 삶이 필요하다.

비만의 경우에도 결국 식욕을 제어하지 못한 탓 데에서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