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4(금)
너무 과식을 한 탓인지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었다.
일어나자마자 지갑에 있는 돈을 세어보니 2만원이 부족했다.
마음이 상했다.
설마 했는데 우리 아이가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에 실망이 크다.
전부터 호신이에게는 그런 조짐이 조금씩 보였었다.
애 엄마는 철저히 그애를 믿는다.
내가 의심스런 이야기를 하면 그녀는 공연히 애를 의심한다고 내게 핀잔을 주곤 하였었다.
내 책상 서랍 안에 있던 카세트 2개도 분명히 그 녀석 손을 탄 것 같은데 천연덕스럽게 아니라고 우겨대니 무어라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아 오늘 있을 신입사원 강의와 관련하여 원고를 읽고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였다.
아침 7시에 평상시 출근시간과 같은 시간에 전철을 타고 중앙교육원으로 향했다.
공릉 전철역에서 내리니 정확하게 8시 5분이었다.
거기서부터 연수원까지 걸어가니 25분 정도 소요되었다.
아마도 역에서 2~3KM정도 떨어진 거리인 것 같다.
준비한대로 연수원에서 강의를 하였다.
첫 번째 시간은 주로 인사 정책에 관한 설명을 하였고 두 번째 시간은 인생에 대한 나의 철학을 강의하였다.
11시부터 사장님 강의가 있는 관계로 강의를 조금 일찍 마쳐달라는 주문을 받고 부지런히 강의를 하던 중 뒤를 보니 KY과장과 처장이 내 강의를 들어보기 위하여 강의장 뒷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 강의를 감시하기 위해 온 듯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강의가 약간 버벅 거리는 것 같아 시간을 보니 10시 35분에 육박하고 있었다.
절대 인생이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처장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거의 프로급 강의라며 내게 칭찬을 하였다.
인사처 보다는 연수원 교수가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로 격조 높은 칭찬을 했다.
곧바로 KY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태릉 전철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KT과장과 만나기로 한 을지로 사옥으로 향했다.
인권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러 가던 차에 J부장과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L부장님도 함께 불렀는데 L부장님은 마침 부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단다.
L부장이 복매운탕을 먹고 있다는 식당에 가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J부장의 말을 따라 복집으로 갔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메워져 있고 복매운탕을 끓이는 열기가 후덥지근한 날씨에 더해 더욱 끈적이게 하였다.
주방 옆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방 안에서는 아줌마들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즐기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인권위원회에서 만난 CKJ사무관은 참으로 친절한 30대 후반 아줌마였다.
아무런 편견 없이 조용한 목소리로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왜곡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파견자와 관련된 규정이 갖는 의미와 협약이 갖는 의미, 기타 많은 것에 대하여 진정인이 주장한 내용에 동조하고 있었던 거다.
하나하나 그녀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상당부분 바꾸어 주었다.
내가 직접 와서 설명해 주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로 다시 돌아와 처장에게 이를 보고를 하였다.
보고 말미에 포상추천에 감사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농담 몇 마디를 던지더니 파견자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받을만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K부장은 옆에 있다가 술을 사야 한다며 부채질했다.
처장은 4촌형이 제주 지사로 출마했고 내일이 선거일 이었으므로 그를 돕기 위해 퇴근과 더불어 소리 없이 제주로 날아갔다.
우리는 해방의 기쁨을 맛보며 삼겹살에 소주라도 한잔 나누고자 섬유센터 빌딩에 있는 구이 삼국지로 향했다.
K부장에게 이를 이야기 하니 그는 L과장과 더불어 전무 방의 L를 함께 대동해 왔다.
아마도 OOOO팀 직원 전부에게 의사를 타진했던 모양이다.
조촐하게 우리끼리 한잔 하려던 것이 K부장에게 얘기하면서 판이 커진 거다.
거기서 나와 전철을 타고 곧바로 퇴근하였다.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40609 지금 생각해도 얄미운 사람 (0) | 2022.09.28 |
---|---|
20040605 곰탱이 부부의 슬픈 자녀 양육기 (1) | 2022.09.27 |
20040603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사는 방식이 달라 (1) | 2022.09.25 |
20040602 곰같은 마누라랑 사는 건 곰밖에 없어 (0) | 2022.09.24 |
20040601 국토순례 행군 (0) | 202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