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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602 곰같은 마누라랑 사는 건 곰밖에 없어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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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2(수) 

아침부터 KT과장이 올린 서류들을 검토하였다.

그동안 내가 여러 차례 수정을 가한 문서여서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그에게 서류를 넘기며 직접 처장결재를 받으라고 이야기 하였다.

KT과장은 처장에게 결재 맡는 것이 두려워 자꾸 내게 의존하려 하는 것 같아 일부러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다.

오후에는 KY과장이 정리한 연찬회 결과보고 관련사항을 검토하였다.

그가 아직 승진인사 등 인사운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보고서 내용이 뒤죽박죽이었으므로 짜증이 많이 났다.

하지만 잘 참아내고 그가 만든 문서를 밤 10시까지 전면적으로 수정하였다.

김과장도 그리 기분 나빠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

KT과장은 오늘도 일찍 퇴근하였다.

무언가 이유를 대려 하다가 그냥 나가버렸다.

C는 이달 16일에 휴직을 한다고 했다.

처장이 포상 관련 결정에 참고하려 한다며 언제 휴직 할 것인지 알아보아 달란다.

그녀는 16일이 좋겠다며 이미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KY에게 C가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은밀하게 후임 직원을 선발해 달라고 부탁했다.

KY가 부하직원으로 여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음에는 남자직원으로 충원했으면 하기에 그러라고 했다.

그동안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여직원과 함께 근무하면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나 역시 그렇게 하려던 참이었다.

점심은 올갱이 깨탕을 먹으러 지예나 밥집으로 갔다가 SC부장을 만났는데 그가 우리 밥값까지 내고 나가는 바람에 공짜 밥을 먹었다.

노조 YSH에게 어제 국토순례 행군 때문에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했다.

엊그제 CJ Mall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세탁기가 오늘 도착했다.

마누라가 들어가는 문이 좁은데 설치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며 걱정하는 전화를 했다.

전자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역시 문제없이 잘 설치를 완료하였다고 한다.

아이들 방문을 통하여 넘어갔단다.

마누라는 아직도 얼굴이 보기 싫을만큼 부어있다.

그녀가 한번 얼굴을 돌리면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냉전에 돌입한다.

나도 그게 싫지만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녀의 의무를 게을리 하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제 할 일은 다 하면서 나랑 일체 말을 섞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사실 나로서는 불편할 것이 하나도 없다.

단지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다.

저녁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 J Reno Show 와 David Letterman 쇼를 잠깐 동안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