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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605 곰탱이 부부의 슬픈 자녀 양육기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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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6.5(토)

호신이가 내가 쳐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

어제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지폐가 11장이란 걸 확인하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세어보니 9장 밖에 없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했다.

마음을 다스리려 컴퓨터로 영화를 보았다.

경신이가 먼저 학교에서 돌아왔다.

분명 호신이 녀석도 일찍 끝났을 텐데 딴 짓 하고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 학원에 가 보았는데 학원 문도 닫혀있었다.

전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통화를 할 수가 없다.

경신이와 함께 라면을 삶아먹었다.

경신이가 학원에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호신이가 들어왔다.

먼저 교복부터 갈아입으라고 했다.

식탁 의자를 권하면서 아빠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호신이가 순순히 자백했다.

지금부터 6하원칙에 의해 그동안의 모든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그동안 있었던 잘못된 행동 모두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적으라고 하였다.

만일 거짓이 있는 경우 일단 몇 대 맞을 것인지 스스로 정하라고 했더니 10대를 맞겠다고 했다.

그는 정말 순식간에 반성문 한 장을 써가지고 나타났다.

머리는 정말 뛰어난 놈이다.

읽어보니 정말 한심했다.

한 달여 전부터 아빠 지갑의 돈을 훔쳐 PC방을 다닌 것이다.

게임에 미쳐버리니 그짓까지 하게 된 건데 아빠 돈이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경신이와 함께 어울려 PC방에 가서 유료 게임을 즐긴 것이다.

엄마에게는 학원에서 보충수업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어떤 날은 두 놈이 서로 짜고 엄마에게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내가 집사람에게 몇 차례에 걸쳐 정말 학원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지 알아보라고 했는데 집사람을 그렇게 하질 않았었다.

일단 호신이 엉덩이를 회초리로 10대를 때려주었다.

호신이는 아프고 힘들어했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아내었다.

그런 독한 모습이 내겐 오히려 좋아보였다.

아이들 학원엘 다녀왔다.

실망이 크다.

SJI원장선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경신이가 많이 뒤쳐지는 모양이다.

그는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순발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걱정을 하였다.

호신이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더니 순발력은 좋은데 노력을 통 안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모두 내가 기대했던 것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내가 직접 공부를 챙겨야 할 것 같다.

집사람이 나중에 들어왔으므로 호신이가 쓴 반성문을 보여주었다.

어안이 벙벙한 듯 넋을 잃고 보고 있다.

그녀의 축 쳐진 어깨에서 아들에게 실망하고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힘들고 어려운 삶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그녀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자존심 강한 나 같은 남자를 만나 고생이 많다.

일면 둘 다 성격이 비슷한 탓에 한번 삐뚤어지면 그걸 교정하는데 너무 오랜 세월이 걸린다.

지난번 내가 영화구경을 제안했을 때 당신이나 혼자 잘 먹고 잘 놀라며 전화를 끊었던 그녀의 태도에 나는 심한 상처를 입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문제는 우리집 외식문화에 있다.

경신이가 볼태기를 먹고 싶어 한다며 그녀가 외식을 원했지만 아이들 학원시간이 맞지 않아 어쩌다가 그걸 함께 먹으러갈 기회가 마땅치 못한 것 뿐인데 그녀는 마치 내가 사주기 싫어서 그러는 것처럼 느꼈던 모양이다.

외식만 해도 그렇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그녀는 늘 외식을 원한다.

휴일에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온 가존이 함께 먹으려는 생각보다는 그녀의 마음 한가운데 지나치게 외식을 선호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아마도 요리가 귀찮아서 그럴 것이다.

아이들 비만은 그녀가 만들었다.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고기류를 무제한 먹인다.

내가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에게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식문화를 가르쳐야 하는데 자기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계속 무제한으로 먹여대니 비만은 당연하다.

아이스크림은 또 어떤가!

냉장고에 늘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며 저녁 식후에 이도 닦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그렇게 말하는 내게 오히려 짜증을 내고 기분나빠할 뿐 시정이 되지 않는다.

나는 구매행위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어찌보면 그것은 거의 병적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굳혀졌던 생각지도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외식도 일종의 구매행위로 보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꺼리는 지도 모른다.

근검절약하는 정신 또한 내 몸속에 배어있다.

나와 집사람이 자란 문화적 차이가 커 둘의 사이를 어렵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냥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나와 부딪칠 때마다 그녀는 늘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한다.

그녀도 내 생각을 이해해 주거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

내 생각에 맞추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아이들은 비만에 도둑에 엉망으로 자랐고 아내나 나나 다른 부분을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모두 가장인 내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