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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013 나도 실은 사기꾼이야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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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수)

아침에 강남지방노동사무소로 직접 출근하였다.

방배동 전철역을 나와 강남 지방노동사무소로 올라가는 길은 도살장 가는 길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남에게 통사정을 해야 해서 수치심에 의무감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H반장 그래도 반가이 맞아주어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나는 그에게 사장 일정에 대하여 사정조로 소상하게 설명하였다.

물론 그를 속이는 부분이 없지 않다.

사장의 외유 일정은 이번 주말까지이고 따라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여유가 있어 사장이 신문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사장이 수요일에야 중국에서 들어와 목요일, 금요일 이틀에 걸쳐 산자부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갔다.

그를 속이고 천연덕스럽게 순진한 척하며 거짓말을 하려니 가슴이 콩쾅거리고 나도 많이 타락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일을 마친 후 전철을 타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처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서실 사람들과 입을 맞추어야 했으므로 곧바로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고 이어서 전무에게 보고하였다.

전무는 사장이 직접 노동사무소에 가는 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며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했지만 나로서는 버거운 일이다.

우선 돈이 무궁무진하게 들어간다.

K노무사랑 통화하면서 그런 뉘앙스를 많이 느겼었다.

벽 없는 조직에 대하여 검토하다가 모든 것을 다 내가 하기에는 버거워 KY에게 맡기기로 하고 대충 검토서 작성 방법을 설명을 해 준 뒤 OOO직군과 OO직군 통합에 관한 보고서를 별도로 만들어 부가시키도록 한 뒤 파일을 KY과장에게 전송해 주었다.

OOO지점 총무과장이 지난주부터 술 한 잔 하자고 졸라대기에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어서 오라고 했더니 예고도 없이 OOOO지사 OO과장 KY를 함께 데리고 나왔다.

영빈관에 가서 세꼬시로 저녁을 먹었는데 자꾸만 술 한 잔 더하자고 해서 근처 카페에 가서 맥주 두병을 더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탄 택시 안에다 K과장이 갑자기 차비를 넣었는데 무려 10만원이나 넣었다.

내일 사무실에 가면 구좌번호를 알아서 돌려줄 생각이다.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MS사로부터 집 컴퓨터 다운로드를 자동으로 받아왔는데 그게 현재 사양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지 충돌을 일으켜 컴퓨터가 아예 부팅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남규가 집에 와서 고쳐주고 갔다.

 

18일 월요일에는 P부장이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KCT부장과 LJB과장을 데리고 과천까지 전철을 타고 내려가 거기서 술 한 잔 하고 왔다.

KTK과장과 KGJ배전부장을 대동해 나왔는데 무척이나 많이 마셨다.

KCT부장의 강권에 못이겨 고메이에서 맥주 한 병 더 마시고 들어왔다.

 

19일인 다음날은 몸이 말이 아니어서 컴퓨터를 핑계대고 일찍 귀가하였다.

 

20일은 처장에게 그동안 힘들게 작성한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처장은 “벽 없는 조직”과 “징계처분자의 사회봉사제도” 보고서를 읽고는 대단히 흡족해 했다.

승진제도 개선 관련 사업소 동향에 관한 보고서는 그가 부산 출장기간 동안 들었던 여러 이야기를 보강하고 싶어 하였다.

 

21일은 처장이 요구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던 중 파세디나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KCT부장과 함께 거기로 갔다.

아마도 전무님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에 다녀온 뒷풀이를 KJH부처장과 LSD부처장과 함께 하는 모양이었다.

함께 어울려 필리핀 맥주 두병을 마신 후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또 KCT부장과 고메이에서 맥주 2병씩을 더하고 들어왔다.

 

22일은 PJM선배가 4직급 심사승격에 합격한 턱을 낸다며 한잔 하자고 했는데 처장이 KSG과장과 OO팀 KSY 그리고 JHS를 불러 곰바위에다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나를 부르는 통에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그자리에서 모르긴 해도 소주를 두병 이상 마신 것 같다.

처장은 가고 KSG 과장이 한잔 더하러 가자고 해 잠실 어느 단란주점에 따라갔다가 몰래 도망쳐 나왔다.

 

23일 토요일에는 잠실에 나가 테니스를 다섯 게임이나 하였다.

요즘은 점차 테니스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이다.

하루 종일 감성의 리더십을 읽고 과제물을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