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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028 나도 그냥 고래수준의 속물에 불과해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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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28(목)

오늘도 또 처장은 술이 잔뜩 되어서는 OOOO처 OOO실에 여러 사람들을 앉혀놓고 괴롭히고 있다.

플래카드 디자인 때문에 그의 부름을 받고 그곳에 갔다가 점심도 거기 식구들과 함께 이조복집에서 먹었다.

오후에는 인사관리 협회에서 주관하는 인사부장교류회에서 공선표 박사가 전략적 인사관리를 주제로 강연한다.

보고를 드리고 가려했으나 김처장이 온종일 사무실을 비워 보고를 못하고 그냥 롯데호텔 샤로테 홀로 가 강연을 들었다.

그사이에 처장은 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신 곰바위집에서 양곱창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처장의 하명으로 LJB과장에게서 전화가 왔으므로 강연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곳에 가 합류했다.

처장 눈길이 싸늘하다.

내 개인을 위한다기 보다는 회사를 위해서 특히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다양한 이론과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자기합리화가 그에게 통할리 만무다.

내가 없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얼핏 바라본 그의 얼굴은 엄청 기분 나쁜 표정이다.

점심식사도 같이 했으면서 왜 그때에는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힐난하기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이런 저런 변명을 해봐야 매만 버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2차로 OOOO처 P과장과 JHS 등과 어울려 생맥주를 나누어 마신 후 전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P과장은 내가 인사제도 설명회를 하던 날 직원과 함께 참석했었는데 그 직원이 내가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한전에도 저런 사람이 있느냐며 극찬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L과장이 내게 불경스러운 말투로 이의를 제기했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요점을 집어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오늘 저녁 기분이 괜찮다.

처장한테 받은 상처가 일시에 치유되었다.

칭찬이 나도 춤추게 하는 듯하다.

나도 결국은 고래 수준의 속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