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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101-03 신입사원 1주년 워크샵 그리고 장미 백송이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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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1~3

신입사원 1주년 기념 워크샵을 수안보 생활연수원에서 내가 주관했다.

이번 기수는 처음으로 접하는 고졸 신입사원이라 조금 조심스러웠다.

첫째 날은 다행히 처장님이 오시지 않았으므로 별 어려움이 없었다.

둘째 날 아침에 처장이 왔는데 전날 저녁에 웬 술을 그리 많이 마셨는지 몹시 취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내가 진행하는 행사의 내용을 크게 바꾸거나 간섭하려 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번행사는 그리 큰 어려움이 치를 수 있었다.

첫 번째 행사에서는 너무 고되 견디다 못한 치질이 튀어나올 정도로 호된 어려움이 있었었다.

사장님이 참석한 만찬행사도 비교적 순조롭게 어려움 없이 진행되었다.

다만 서로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남여 지방사원끼리 결혼을 약속하고는 사장님 앞에 나타나 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선처를 부탁하는 바람에 그게 영 내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사장님이 떠나신 후 처장은 오늘도 또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댔다.

심지어는 신입사원들이 기거하는 방을 방방이 돌아다니며 그들과 술을 마셔댔다.

KY과장과 같이 조심스럽게 술 취한 그를 그의 방에 모셔다 놓은 후 우리는 새벽 한시가 넘을 때까지 통닭과 생맥주로 뒤풀이를 했다.

다음날 산행에 앞서 처장은 강당에 나타나 20여분동안 즉흥 연설을 했다.

고졸사원들이어서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한 격려의 말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어제 방방이 돌면서 실수한 것에 대한 면피용으로 아침 일찍 강의를 준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워크샵 참석 직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계획하지 않았으나 나의 인사치레성 권유에 못이기는 척하며 산행대열을 따라 제3관문 호연지기 행사에도 동참하였고 마지막 까지 나와 함께 걸으며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눈 다기 보다는 거의 일방적으로 그의 이야기를 내가 듣거나 맞장구 쳐 주는 정도일 것이다.

그는 순간 순간 빛나는 나의 기지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그런 기지 속에서 스스로 힌트를 잡아 새로운 제안을 많이 생각해 내는 편이다.

술을 마시는 자리든 회의시간이든 나와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내가 조심스럽게 내 뱉는 유머를 그는 무척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그는 조령 1관문 근처 할매집에서 동동주(조껍데기 술)를 마시며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동안 고생한 수안보 식구들을 위로해 주기 위하여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서울로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꽃다발을 하나 준비해 달라고 했다.

나는 KY과장에게 장미 백송이 꽃다발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는 저녁 회식자리에서 나보고 그동안 고생한 사람들에게 장미꽃을 하나씩 선사해 주라고 했다.

극구 사양했지만 그의 강압에 못 이기어 먼저 김처장님에게 한 송이를 전달하고 이어서 정 원장과 노조위원장, 연수원 식구들과 충주지점 식구들에 이어 우리 식구들에게도 골고루 한 송이씩 나누어주면서 김처장이 생각한 Ceremony를 마쳤다.

그런 면에서 처장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처음에 꽃을 사오라고 했을 때 생뚱맞게 웬 꽃이냐며 마음속에 불만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엉뚱하지만 결과는 무척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 저녁 술자리에서 KEY에게 실수를 했다.

이야기 중간에 농담 삼아 “자기가 XX달린 줄 아는 모양이지?” 라고 농담 삼아 말을 했는데 그녀는 곧바로 “조부장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하며 정색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농담의 수위가 그녀의 생각보다 높았던 모양이다.

아직 그녀에게 “XX” 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오는 모양이다.

행사는 잘 치러졌지만 그런 류의 자그마한 옥의 티가 조금 있었다.

김처장에게 작은 쿠사리를 먹은 기억도 있지만 술이 취해서 정확하게 생각나지도 않고 그리 대수롭지 않았던 듯하다.

집에 와 잠을 자던 중 집사람이 새벽 1시 반에 호신이를 혼내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호신이가 꼴에 사춘기라고 자꾸 대들며 공부를 소홀히 하는 모양이다.

중간에 나서서 무언가 꼬투리를 잡아 호되게 야단을 치려다가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잠을 청했다.

(농담도 상대방의 수준에 맞추어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