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7(목)
P교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11시 정각에 그에게 다이얼을 돌렸다.
P교수는 엄청 반갑게 내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내 전화를 학수고대했던 모양이다.
적당히 인삿말을 나눈 후 단도직입적으로 P교수의 허를 찔렀다.
국법상 3000만원 이상은 공개입찰 하도록 되어있어 3000만원 정도에 용역을 맡아줄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다.
P교수는 혀를 차면서 컨설턴트 봉급도 안나오는 그런 용역을 맡아줄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프로젝트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발주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꺼내 길래 그 자리에서 거절하였다.
물론 핑계는 정중하게 감사원 감사를 둘러댔다.
나같은 사람에겐 그런 잔머리가 통하지 않는다.
갑자기 속이 뒤집힌다.
그가 그와 같은 분할발주 방식을 아는 것으로 보아 혹시 L이 그에게 그런 방법이 있다는 암시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주변 사방이 온통 적이다.
P교수가 엄청 서운해 하는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나같은 사람을 잘못 만난거다.
내가 예상한 대로 P교수는 교수가 아니라 그냥 전형적인 장사꾼처럼 보인다.
돈에 굶주린 듯한 천박한 뉘앙스를 풍긴다.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그래도 무언가 건져볼 요량으로 한마디 건넨다.
내가 간절히 원하니 제자들 가운데 그걸 맡아 줄 업체가 있는지 한번 알아는 보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차다.
그와 나눈 대화내용을 J 처장에게 보고했다.
J처장은 어려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어떻게든 인사평가에 대한 용역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암시를 주었다.
그는 주도적으로 강하게 요청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조용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유형의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피하고 갈 수는 없다.
그래 그렇다면 한번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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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는 KT과장, KY과장과 함께 수타 짜장면 집에서 먹었다.
짜장면 맛이 다른 집보다 괜찮았다.
마침 HJ부처장과 CS부장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기에 KT과장에게 그들이 먹은 점심 값까지 계산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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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에 OO직군 관리방안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다.
OO처에서는 KK부장을 포함한 2사람이, OOOO처에서는 부처장과 과장 한사람이 자리를 함께 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모두들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하여 제생각만 하고 있다.
OO사업의 화려한 미래에 대하여 웬 독도문제까지 거론해 가면서 OO직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투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내가 회의를 주재하는 한 내가 생각한 대로 결론을 이끌어나가는 데는 귀재 아닌가!
내가 원하는 답을 OOOO처 부처장이 제안해 주었고, OO처의 KK부장이 자기들 스스로 내년도 초간부터 2년간 OO직군만을 대상으로 인원비례에 따라 공개고시와 제한고시를 구분하여 승격소요인원을 배정하고 초간고시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조건을 제시해 오므로 내가 얼른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나름대로 대표성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들의 생각 만으로 합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지 사무실로 돌아가 다른 직원들과 다시 한번 협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 좋게 헤어졌다.
그들은 내게 무척 고마워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론을 맺었으므로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들이 고마워한다.
처장에게 보고를 하려는데 처장 방 앞에 가니 사람들이 언제나처럼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기다리다가 그냥 자리로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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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터미널 옆 놀부 유황오리집에서 대학원 동기 몇 사람을 만났다.
해외에서 갓 돌아온 국정원 L국장이 자리를 함께 했고 주식회사 OO의 P사장과 전 경전철기획단의 K단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간단하게 복분자술 2병을 함께 마신 후 헤어졌다.
저녁 값은 예나 지금이나 사업하는 P사장이 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산업공동화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시간을 잠깐 가졌다.
K단장과 함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들어와 내일 있을 이사회 대비하여 준비자료를 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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