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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828 호신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답신

by 굼벵이(조용욱) 2023.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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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이 담임선생의 답장(8.28)

안녕하세요?

기세등등하던 여름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침저녁 쌀쌀한 것이 제가 또 나이를 한 살 더 먹어가는구나 싶어 서글퍼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제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버님께서는 글을 참으로 잘 쓰십니다.

아버님 글의 첫 부분은 항상 저에게 옛날 학창시절, 그것도 특히 고등학교 시절을 상기시켜줍니다.

생각도 많았고 순수했던 그 시절을 잊고 사는 저에게 아련하고 막연한 그리움을 일깨워줍니다.

호신이의 어제, 오늘 생활을 보고 저도 아이가 어떻게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호신이는 학교에서 잠은 자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지요.

저도 아버님께서 노력을 많이 하시고 계시는 만큼 호신이가 달라지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직 제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아이가 쉽게 변하면 저희가 한 편으로는 편하지만 한 편으로는 보람을 느끼기가 어렵겠지요.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버님께서 매 주 호신이와 함께 독서실에 가시니 호신이도 차츰 태도가 바뀌리라 여겨집니다.

갈 때 마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토요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시면 가족행사로 하시는 것도 괜찮은 듯 합니다. 호신이도 공부를 한 후 아버님과 밖에서 식사를 하면 뭔가 보상을 받은 기분도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노는 것보다는 공부를 한 후에 느끼는 성취감 같은 것을 차츰 느껴가지 않을까요?

아버님께서 직접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제가 잘 알기에 아버님을 존경합니다. 머지않아 호신이도 아버님을 이해하고 아버님께서 자기를 위해 아버님의 시간이나 생활을 희생하신 것이 얼마나 큰 것이었나를 알게 될 것입니다.

힘내십시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