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8(목)
아주 바쁘게 보낸 하루다.
*************
매일 아침에 갖는 회의시간에 처장은 부장들이 무언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언해 주길 원한다.
나를 제외한 다른 부장들은 모두 입을 닫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기가 싫고 귀찮다는 것이다.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데 손해볼 짓을 왜 하느냐는 거다.
하지만 처장은 회의시간을 그리스 로마시대 아테네 광장으로 여긴다.
어떤 제안이나 문제점을 이야기 할 경우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며 논박을 이어가다가 결론은 늘 부장들 책임으로 돌리고 그 시정을 요구한다.
그래서 입을 아예 닫아버리는 거다.
그러나 문제점을 감춘 채 입 다물고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든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회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처장은 처장대로 회의진행 방식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부장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처장은 늘 부장들이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원한다.
나는 그런 그의 요구에 응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그가 그걸 바라니까...
상대편이 내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늘 그 요구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런데 KC이나 KH이는 생각이 나와 정 반대다.
그들은 오직 회의를 빨리 끝내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내가 처장의 말을 받아 응답을 하자 KC가 나를 발로 톡톡 치면서 더 이상의 말대꾸를 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그는 그의 사인을 무시한 내게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하지만 그게 나와 너의 다른 점이야' 라고 말해 주었다.
서로 다른 점을 그냥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정중한 부탁이다.
******************
그러면서 아침 과장회의시간에 KT과장과 언성을 높이며 격론을 벌였다.
KT과장이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집요하게 내게 기어올라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나는 결국 짜증을 내고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주문을 하였다.
다시 말해서 논리적 설득보다는 부장으로서의 권위를 앞세운 것이다.
끝까지 달라붙는 KT과장의 집요한 태도가 정말 나를 짜증나게 한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걸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YW과장처럼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차분한 태도가 필요하다.
*****************
처장이 불러 처장 방에 갔더니 학력수준 구분과 관련한 내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 하였다.
대졸수준 사원은 소수 정예화하여 이 회사의 경영후계요원으로 양성하고 나머지는 고졸수준 사원으로 해야한다는 지론을 설명했다.
장처장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교졸업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고졸수준을 왜 뽑느냐는 것이다.
대졸수준 직원들이 대거 진입할 경우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승진경합으로 인해 엄청난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도 못할 거면서 유능한 다수의 젊은이들을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 집단불만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옥신각신 하다가 나는 인사부장 교류회를 핑계로 처장방을 나왔다.
오늘 종중토지 매입관련 토지대금 잔금을 지불하기 위해 은행 일을 모두 마무리 지으려던 내 계획이 무너지고 말았다.
은행 통장에는 5,450만원이 주택담보 대출금으로 입금되어 있었다.
나중에 내가 은퇴하고 돌아가 쉴 자리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에 종중 토지를 사기로 결정하고 매수를 진행하던 중 CSS가 매도용 인감 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등기이전이 불가능 하게 되었다.
결국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소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
인사부장 교류회에 참석하였다.
주변의 다양한 회사 인사부장들에게 회사에 직무급제도가 얼마나 잘 정착되어있는지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도입하고 있지 않거나 도입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본래 의미와는 다른 변형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HYD GE 이사가 GE의 인사 시스템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다.
session C로 알려진 GE의 인사 평가시스템의 핵심은 미국적 평가제도의 본질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들은 상위 20%와 중간 70% 그리고 하위 10%를 강제배분 하고 있었고 하위 10%는 반복적으로 Action plan을 작성하도록 하여 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었다.
우리 회사의 문제 직원 관리방안 수립에 참고가 될 것 같다.
처장이 이에 대한 보고를 원하고 있다.
*****************
인사부장 교류회에서 그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지 않고 곧바로 앰베서더 호텔로 가 라이온스 클럽 모임에 참여하였다.
내가 정말 당황했던 것은 내가 이제 막 신입회원이 되었는데 오늘부터 정식회원으로서 신입선서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삶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물론 사전에 CYJ 와의 만남이 있었긴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OO 라이온스 클럽의 회원이 됐고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나도 모른다.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도 하게 될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시키는 대로 얼떨결에 선서도 하였다.
JCM총무의 행사 진행방식은 영 어설퍼 보였다.
CYJ의 제안에 따라 차 한잔 더 나누었다.
찻값으로 54,000원을 썼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 라이온스 모임일이다.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0910 가다가 중지곳하면 아니감만 못하다 (0) | 2023.06.29 |
---|---|
20050909 물좋고 산좋은 강원에서 멘토링 강의 (0) | 2023.06.28 |
20050907 세상의 모든 삶은 고난의 역사야 (0) | 2023.06.26 |
20050906 전국 인사과장 회의를 주관하며 느낀 단상 (0) | 2023.06.23 |
20050905 때로는 화려한 외출이 필요해 (0) | 2023.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