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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907 세상의 모든 삶은 고난의 역사야

by 굼벵이(조용욱)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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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9.7(수)

처장 방에 들어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1직급 직위 보직기간 상한제와 발전직군 관리방안, 자격증 가점제도 조정방안에 대하여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둘이 격론을 벌였다.

J처장은 내가 질릴만큼 집요하게 확실한 논리적 근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명확해 보이는 것도 차근차근 따지다보면 그 어딘가에서 논리적 타당성의 실마리를 찾아 낼 수 있다.

발전직군 관리방안은 그 논리적 타당성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처장이 보고서 작성 방향에 대하여 정말 멋진 제안을 해 주었다.

지금까지 접근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제안이었다.

인사관리상의 문제점을 들어 접근하면 호소력이 없으니 발전자회사 전체 인력에 대한 효율적 활용과 리스크 분산관리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현원에 대한 정리방안을 이끌어내자는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멋진 착안이었다.

역발상은 언제나 멋진 반전을 연출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공략보다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공략이 상대방의 감정을 덜 상하게 하면서 효과는 더욱 크다.

다른 사안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모두 결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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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HKC OOOO소장이 오늘 저녁밥을 사겠다고 우리를 초대했다.

그가 인사관리부 과장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끼리 모여 모질게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해 보자는 거다.

KNS위원장과 SHJ부장까지 모였다.

KCT, LJB, LNS 나 HKC 도합 7명이 모여 리밍 중국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20여 년 전 우리가 인사관리팀의 전신인 보임부에 근무할 때는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거의 매일 새벽까지 야근이 이어졌던 시절의 무용담을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 땐 정말 전쟁같이 살아냈었다.

전쟁같이 살아온 힘든 경험은 그보다 쉬운 모든 경험을 쉽게 극복하게 한다.

그런 경험의 바탕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어떤 업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그 전쟁 같이 어려운 나날들을 헤쳐내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일인들 전쟁만큼 하겠는가!

사람은 누가 더 어려운 경험을 했고 그 경험에서 얼마나 많은 교훈과 지혜를 얻었는가에 따라 자신의 그릇이 결정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자기가 이겨낸 어려움의 강도 까지만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도 밤새워 일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것은 과거 내가 경험했던 전쟁 같은 험로 속에서 나도 모르게 생겨난 내성이고 나만의 자신감이다.

이렇게 힘든 경험이 자산으로 축적되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따지면서 자신의 잇속만 챙겼다면 나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난쟁이 마을에서 난쟁이 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 있는 나보다 잘 사는 모든 사람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경험을 하고 더 힘든 인고의 나날을 견뎌온 사람들이다.

평등을 따지고,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잘남을 내세우기 전에 이런 사실들을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것은 필연이다.

강남의 부자라는 사람들도 모두 필연의 결과다.

한전의 간부들에게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기억을 더듬으라면 백이면 90은 초간고시를 이야기 한다.

자신이 초간고시 준비를 위해 희생한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 이룩한 지금의 결과는 현재적 관점에서 운명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이고 그러기에 합격의 순간이 일생일대 가장 큰 희열로 다가오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게는 초간고시의 즐거운 추억이 없다.

초간고시는 단지 기억하기 싫은 악몽이자 트라우마에 불과할 뿐이다.

그만큼 집중이나 노력을 덜한 결과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고난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