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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0906 전국 인사과장 회의를 주관하며 느낀 단상

by 굼벵이(조용욱)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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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9.6(화)

인사과장 회의 - 나는 무엇을 남기려 했는가?

 

오후 1시 30분부터 인사과장 회의가 있었다.

전국 각지의 서무과장과 본사 처실 인사담당 과장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모인 인원은 도합 50여명 될까 말까한 규모다.

차라리 부장까지 모두 불러 모아 100명은 족히 모인 자리에서 행사를 진행하는게 나을 뻔했다.

대강당 그 넓은 곳에 달랑 50명 앉아 있고 대형 무대 위쪽에는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는 초대형 현수막에 “2005년 인사담당과장 workshop” 아라고 쓰여 있는 모습이 무언가 균형감이 없어보인다.

현수막 규모로 보아서는 천여명이 모여도 모자랄 정도다.

처음 처장이 인사말을 했다.

소문난 샌님답게 조심조심 한 마디 한 마디 연설을 이어갔다.

이어서 OO팀장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는데 OO팀 관련 업무에 대한 설명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OO팀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 이야기만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모인 사람들이 하위직이라 자기 멋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전혀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OO팀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사처장이나 인사관리팀장 또는 내가 해야 할 인사 관련 이야기를 아무런 준비없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아마도 명색이 2직급인데 OO팀이 하고 있는 업무가 하잘 것 없는 허드렛일처럼 느껴져 별로 할 말이 없고 무언가 자기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인사처장이 해야 할 말들을 마치 자기가 인사처장인 듯 거만한 자세로 시종일관 이어갔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도 아마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KS처장이 그토록 미워한 데에는 나름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OO팀장이 코앞에서 날름 나서서 가로채거나 앞길을 방해하니 미치도록 미웠을 것이다.

모든 관계엔 다 이유가 있다.

 

이어서 KC부장도 마이크를 잡더니 예정된 자기 시간을 오버하여 자신의 현안사항을 설명했다.

KT부장도 대학 동문인 처장이 자리를 함께하며 나름대로 자신을 평가히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이상을 끌며 열심히 설명에 임했다.

하지만 KH는 역시 깔끔했다.

정해진 시간을 정확히 준수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현안사항 발표를 마쳤다.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그런데 이미 앞에서 다른 부장들이 예정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갔으므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나는 우선 회사 일도 일이지만 오늘 모임의 성격이 워크샵 이기에 인사와 관련된 학술적 지식을 전달할 필요성도 있기에 처음 5분을 인사관리의 정의와 인적자원관리 핵심역량, 그리고 인사관리자의 핵심역량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을 해 주었다.

참석한 당사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켜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 잠깐 동안의 설명이 그들에게 나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사처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사처는 브레인 없이 권위만 내세우는 부서로 알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이후 인사처가 나름 공부도 많이 하며 끊임없이 역량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부서라고 인식을 전환해 가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늘 워크샵의 주 목표를 그런 효과를 주기 위한 것에 두었다.

이어서 회사 제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는데 시간에 쫓기어 만족스러울만큼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본사 워크샵에 참석해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또 이를 자신이 모시는 사업소장과 상사 동료들에게 전달교육할 수 있도록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휴식시간에 만난 몇몇 과장들로부터 강연을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입에 발린 아부라기 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라고 본다.

그래도 많이 쑥스러웠다.

마음 속이 경쟁심으로 가득한 KH가 내 설명을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절대로 남에게 지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마음속에 아마도 내가 가장 무서운 적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인향 안에서 느낌으로 알고 있다.

내 마음 속으로도 나의 설명이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나로부터 자극을 받아 앞으로 매사 더욱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나를 넘어서거나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의 설명회가 KH으로 하여금 나를 또 하나의 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안다.

J처장도 오늘 이후 나를 다시 평가할 것이다.

J처장이 내 강연이 미처 끝나기 전 공선표 박사를 모시러 먼저 일어나는 바람에 내 마무리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이후 처장이 나에 대한 신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사실상 그는 나를 인사처 보물로 여기고 있기 떄문이다.

내가 교육을 가야겠다고 했을 때 그토록 고민하고 다음날 나를 불러 상의할 시간을 가졌던 것은 이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다.

이는 모두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다.

삶은 그렇게 매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것저것 계산하며 이해타산을 따져 행동하기 보다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현재 자신이 처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다.

만찬장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같이 모인 사업소 과장들과 정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술과 음식을 나누었다.